1년여간 싸워 아동학대 혐의 벗은 교사 "합의금 현실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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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명과 싸워 이긴 광주의 한 초등학교 윤수연 교사는 오늘(27일) 처지가 비슷했던 서울 서이초 사건에 대한 마음을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했습니다.
21년째 교단을 지키고 있는 윤 교사는 지난해 4월 제자가 다른 학생을 때리며 싸우는 것을 멈추게 하려고 책상을 고의로 넘어뜨리고 성의 없이 써온 반성문을 찢었다가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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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도 대신 싸워 다른 동료 선후배 교사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싶었데, 젊은 교사의 죽음 앞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최근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명과 싸워 이긴 광주의 한 초등학교 윤수연 교사는 오늘(27일) 처지가 비슷했던 서울 서이초 사건에 대한 마음을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했습니다.
21년째 교단을 지키고 있는 윤 교사는 지난해 4월 제자가 다른 학생을 때리며 싸우는 것을 멈추게 하려고 책상을 고의로 넘어뜨리고 성의 없이 써온 반성문을 찢었다가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습니다.
경찰은 윤 교사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불구속 송치했으나, 검찰은 공개심의위원회 판단까지 거쳐 윤 교사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학부모는 이에 항고장까지 냈으나, 광주고검도 "학부모가 낸 추가 증거를 검토해도 지검의 판단이 정당했다"며 최근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윤 교사를 상대로 학부모가 낸 3천200만 원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기각돼, 1년 3개월간 그를 괴롭혔던 '아동학대 교사'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이달 17일 광주고검의 기각결정을 통보받은 윤 교사는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과 함께 손뼉 치며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바로 다음 날 서울 서이초에서 젊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끝에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윤 교사는 "다른 교사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오랜 고생을 견디고 싸웠는데 서이초 교사 소식을 들으니 '내가 지금까지 한 게 뭐였나'라는 허탈함이 느껴져 힘들었다"며 그동안 겪었던 과정과 일선 학교 현실을 전했습니다.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을 때 주변에서는 '적당히 사과하고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를 윤 교사에게 했지만, 그는 끝까지 싸우기로 했습니다.
교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들로 넘쳐났고, 교사가 고개를 숙이며 건네는 합의금이란 돈으로 적당히 덮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현실에 분노한 윤 교사는 자신도 그런 상황에 부닥치자 학교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고쳐야겠다 싶어 쉬운 길 대신 지난한 법정 다툼을 택했습니다.
윤 교사는 "아동학대 고소를 당한 뒤,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어떤 말을 할 때면 계속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며 "'또 고소당하지 않을까, 괜히 또 그런 얘기를 했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도 모른 척할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동료 교사들도 많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억울함을 풀기는 했지만 학부모 민원이 무섭고 학생 생활지도도 아직 자신이 없어 당분간 담임을 맡지 못할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윤 교사는 고소를 당한 뒤 1년 3개월 동안 홀로 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자, 학부모, 전국의 동료 교사들이 그를 위해 1천800건 이상 탄원서 제출과 연명에 나섰고, 6학년 제자들은 재판부와 검사에게 편지를 무수히 보내기도 했습니다.
윤 교사는 주변의 소중한 지원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자살한 젊은 교사와 지금도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동료 교사들은 여전히 홀로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윤 교사는 "학교에 학부모들의 민원이 과도하게 쏟아지는 게 가장 문제"라며 "교사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민원 녹취 등을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특히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윤 교사는 "저의 싸움이 학교 현실을 바꾸진 못했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교육계의 움직임을 낳았다"며 "이번 기회에 꼭 학교 현실을 바꿔 선생님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마음껏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조제행 기자 jdon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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