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글로벌호크·리퍼' 공개… 실제 성능은 얼마나?(종합)
김정은, 러 국방장관과 함께 관람… '무기 세일즈'?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 제70주년을 맞아 그간 개발해온 알려진 군사용 중·대형 무인기를 대내외에 처음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자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전날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함께 관람했다고 전하며 현장 사진을 게재했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이번 전시회엔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비롯해 북한이 최근 수년간 개발해온 무기들이 대거 전시돼 있다. 특히 김 총비서와 쇼이구 장관이 함께 찍힌 사진 속엔 최소 2대의 무인기도 등장한다.
노동신문은 이들 무인기에 대해 따로 설명하진 않았으나, 앞서 북한 평안북도 방현 공군비행장 일대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에서 포착됐던 것과 같은 군사용 무인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공개한 방현 비행장 활주로 사진엔 날개폭 약 20m 및 35m 크기의 무인기가 찍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무인기가 그 용도·크기·외형 등 측면에서 각각 미군이 운용하는 중고도 무인기 MQ-9 '리퍼'급 및 고도도 무인기 RQ-4 '글로벌 호크'급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무인기 중 동체에 '조선인민군공군' 문구가 선명히 찍혀 있는 중형 무인기 1대는 접이식 날개가 탑재된 활공형 유도폭탄(250파운드급 추정)과 레이저 유도 대전차 미사일 추정 물체가 장착된 것으로 파악돼 '공격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특히 이 북한 무인기의 무장 장착대는 6개(날개당 3개)로 미군 '리퍼'(4개·날개당 2개)보다 많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무인기가 최대 6발의 활공형 유도폭탄과 12발의 레이저 유도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 무인기 사진에선 구형(球形) 전자광학(EO) 장비와 레이저 표적지시기, 통신 두절에 대비한 가시선(LOS)·위성통신 장비로 추정되는 물체도 식별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동표적 처리능력 면에서도 기술 고도화를 이룬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날 공개한 무인기 중 그 크기가 큰 대형 무인기 1대는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카메라 등 전자광학 장비를 탑재한 무인기는 영상정보를 주로 수집하는 반면, SAR을 탑재한 무인기는 안테나에서 발신한 전파의 반사파를 측정해 2차원 영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날씨와 관계없이 운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형 무인기에 제트 또는 터보제트 엔진 1기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북한의 이번 전시회 현장엔 무인기들의 비행시험 현장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분석관은 "북한판 '리퍼'와 '글로벌호크' 출현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러시아·중국·이란 등과 끊임없이 기술교류를 하며 현대적인 군기술을 획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류 분석관은 특히 이번에 공개된 북한 무인기에서 각각 "최신 중·고고도 무인기에서 볼 수 있는 주요 특징들이 확인됐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추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고고도 무인기의 경우 그 제작·운용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디"는 이유로 이날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모형'(mock-up) 수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양이 유사하다고 해서 내부 정밀항전장비나 센서까지 그대로 구현했다곤 할 수 없다"며 "이런 장비들은 외양보다는 내부에 장착된 칩과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는 더욱더 흉내내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고고도 무인정찰기라면 고도 20㎞ 상공을 날면서 지상의 3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이 같은 성능을 갖췄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북한 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월 열린 제8차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 때 '국방과학 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500㎞ 전방 종심(縱深)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를 비롯한 정찰 수단 개발'을 지시했다.
북한은 또 올 5월3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시도에 앞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선 정찰위성 외에도 "다양한 정찰 수단들"을 "새로 시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작년 말엔 날개 폭 3m 이하의 소형 무인기 5대를 작년 말 군사분계선(MDL) 너머 우리 영공으로 날려 보내기도 했다. 이때 우리 군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들을 추적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단 1대도 격추 또는 포획하지 못해 '대응 실패'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북한 무인기 중 1대는 서울 용산 인근 상공까지 날아왔다가 되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이번 전시회 현장에선 '화성-17·18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그리고 극초음속미사일,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양 위원은 "쇼이구 장관 방문으로 북한의 무장장비전시회가 무기 세일즈장으로 쓰일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하며 "북한의 미사일이 러시아에 수출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류 분석관은 김 총비서와 쇼이구 장관의 이번 전시회 방문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측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기체계에 대해 현재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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