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종전선언 언급 않는 북한···“굳이 정전체제 흔들고 싶지 않을 것”[정전70년]
북한은 지난 70년의 정전체제를 끝내는 종전선언 자체에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이라는 조건이 달려있다. 게다가 남북 군사적 대결이 고조되면서 북한은 종전선언을 언급하지 않은 지 오래다. 핵·미사일 개발에 천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전체제 유지를 바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종전선언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2년 전인 202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과 김 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서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김 부부장은 “장기간 지속되여 오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으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한 것이다.
다만 종전선언이 논의되려면 미국과 남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 해소가 우선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김 위원장은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고 밝혔다.
당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종전선언은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것이 북한 주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남조선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반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시절에는 종전선언 추진에 적극적이었다. 북한은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합의하자 “정전 상태에 들어간 지도 어언 65년 세월이 흐르면서 종전선언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종전선언을 해야 평화가 시작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2018년 조성된 대화 국면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로 깨진 뒤 남북, 북·미관계가 악화하자 북한은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2019년 11월)이라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북한의 종전선언 언급은 2년 전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사라졌다. 현재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시키고 한·미는 대북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는 ‘핵 대 핵’ 국면에서 종전선언 논의는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남한도 더는 종전선언을 주장하지 않으며 북한이 응답할 구실도 사라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재래식 전력이 한국에 압도적 열세인 상황에서 정전체제를 보호막으로 여기며 불편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를 갖고 미국의 협상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에 목적을 두며 굳이 정전체제를 흔들고 싶지 않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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