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2차전지 기업' 상장 문턱 낮춘다… 주관 증권사 책임 '강화'

이지운 기자 2023. 7. 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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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전경./사진=뉴스1
금융위원회가 우수 기술 기업의 자본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첨단·전략기술기업 특례상장 문호를 넓힌다.

금융위는 27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민관 합동 관계 기관 회의를 개최해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이번에 확정된 개선방안에서는 '상장 신청-심사-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제도와 집행 관행을 개선하는 14개 세부과제가 포함됐다. 금융위는 이번 14개 추진과제의 후속조치를 연내에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그 중 상장 신청 단계에서 '초격차 기술 특례'를 신설해 딥테크·딥사이언스 등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중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검증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단수 기술평가를 허용하기로 했다.

국가전략기술육성법상 국가전략기술(12개 분야 50개 기술, 과기부 지정), 또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국가첨단전략기술(4개 분야 17개 기술, 산업부 지정) 기업으로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및 최근 5년간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초격차 기술 특례 대상 기업의 경우 중견기업이 최대 출자자더라도 기술특례상장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는 중견기업이 최대 출자자이면서 30% 이상 출자한 경우 기술특례 상장이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이 같은 이유만으로 우수 기업이 제도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중견기업의 출자비율이 50% 미만이면 허용한다. 이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소기업(연구)-중견기업(사업화) 간 협력 모델(오픈이노베이션)이 널리 활용 중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최대 출자자인 중견기업의 출자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해해 중견기업이 본인의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상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을 방지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복잡했던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보다 체계화·합리화한다. 기존에는 하나의 특례 유형 내에서도 중점 심사 항목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가 복잡하게 운영되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이해 가능성이 떨어지고 특례 유형 별 심사도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기술력 있는 기업은 '혁신기술 트랙'을, 사업모델이 차별적인 기업은 '사업모델 트랙'을 활용하고, 그에 맞는 전문기관의 심사를 받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아울러, 지난 6월부터 8차례 개최된 거래소의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설명회'를 분기 별로 정례화하는 등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를 높여 상장을 보다 용이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심사 단계에서도 그간 특례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호소하던 애로사항을 대폭 개선한다. 우선, 기술성이나 사업성 외의 사유로 상장에 실패한 기업들이 상장에 재도전할 경우 '신속심사제도'를 적용해, 기술평가 부담을 완화(단수평가)하고 심사기간도 단축(45→30일)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보유한 첨단·전략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상장심사 참여를 늘린다. 거래소 상장위원회의 위원 9인 중 기술 전문가가 최소 2인 이상 포함되도록 개선하고, 기술 전문가 풀을 과기부의 국가연구자정보시스템(NRI)과 연계해 확대하는 등 전문가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또한 첨단·전략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국책연구기관의 기관평가지표에 '거래소 기술특례상장 기술평가 참여 실적' 등을 추가하고 국책연구기관의 기술평가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사후 관리 단계에서는 상장 주관 증권사의 사후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2년 내 부실화될 경우 해당 기업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6개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과한다. 인수 주식 보호예수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다. 풋백옵션이란 상장 이후 기업 주가가 공모가를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질 때 주관사가 되사주는 약정이다.

주관사 별 기술특례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를 거래소 전자공시 시스템(KIND)을 통해 시장에 비교·공시함으로써 주관사의 우수기업 발굴 역량을 시장 참여자들이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이후엔 영업실적 공시를 강화하고 상장 추진 당시의 영업실적 추정치와 실제값의 비교·차이 분석에 대한 기재 방식도 투자자들이 알기 쉽게 표준화한다.

이 사무처장은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 저하를 막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혁신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혁신기업 상장 활성화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지켜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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