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후 설렁설렁... “조선, 범죄 영웅되며 열등감 해소한 듯”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분석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26일 공개됐다. 피의자의 이름은 조선이며 나이는 33세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또래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선(33)의 범행 행각에 대해 범죄 심리학자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지점은 세상을 시끄럽게 할 범죄 끝에 일종의 범죄 영웅이 되는 것이었고,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뿌리 깊은 열등감을 해소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씨의 범행 전후 행각에 대해 이같이 해석했다. 이 교수는 ‘조 씨가 범행 후 태연하게 경찰에게 잡힌 것에 반해 범행 전 PC와 휴대전화를 부순 행위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잘 지적했다”며 “이 사건은 일종의 영화 ‘데스티네이션’처럼 최종 종착지를 향해서 조 씨가 예상한 불행한 일들이 연달아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조 씨가 범행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언급하며 “자기가 쓰던 컴퓨터를 다 망치로 때려 부수고,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후 마트에 가서 흉기를 두 자루 훔치고, 택시를 타서 택시비를 내지도 않는다”며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신림역에 가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4명에게 사상을 입히고, 계단에 앉아서 쉬는 그 시점까지 기껏해야 10분이 안 걸린다. 경찰이 올 때까지 아마 쉬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르게 경찰이 오니 저항하지 않은 채 그대로 체포된다”고 했다.

범행 후 경찰에게 체포되기 직전 조선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특히 조 씨의 범행 당시 일반적이지 않았던 행동에 주목하며 범행 심리를 추측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특히 흉기 난동을 부린 다음 계단에 앉아서 체포될 때까지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며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높은 조 씨가 궁극적으로 목표한 바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에게 본인의 전지전능함을 피력하고 싶은 게 동기(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심리에서) 극단적으로 인명을 경시하면서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며 온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테러 행위를 한 것”이라며 “우리가 이런 사건에 대하여 형사·사법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되느냐. 현재의 방법으로 충분히 제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처분이 존재하느냐를 고민하는 게 남은 숙제”라고 했다.

이 교수는 조 씨의 범행 동기나 배경에 대해 “12살~18살 사이에 (소년부 송치) 14번 처분을 받으려면 1년에도 2번 이상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고, 사건이 처리되는 와중에 또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며 “그 얘기는 결국 이 사람이 현행법상 무엇도 두려워하는 바가 없이 성장했다는 것이고, 이 사람 주변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또래(가 있었을 것이다)”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 사이에서 자기가 좀 더 세 보이고 싶었으나 (작은 키 등) 신체적인 취약점 때문에 강력한 존재가 되지 못했고, 그들에게 나의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런 종류의 범죄를 행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