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로 더 벌어진 한미 금리 차···한은, 또 ‘동결’ 택할까
미국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한미 금리 역전차가 2.0%포인트로 벌어졌다. 종전 역대 최대 폭을 새롭게 경신한 것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자금 유출 압력이 한층 커지게 됐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 위축과 가계부채 부담 등을 우려해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다. 다음 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도 금리동결을 선택할 지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3.50%)와의 격차는 2.0%포인트가 됐다.
지난해 5월만 해도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같은 해 6월부터 연준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단숨에 역전됐다. 한은이 올해 2월 금통위부터 4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 차는 더 확대됐다.
이론적으로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면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한은은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과거와 다르므로 ‘금리 차 확대=자금 이탈’ 공식이 실제 시장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이자율 격차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다”라며 “최근 우리 반도체 경기 등이 좀 나아지면서 외국에서 채권 투자도 들어오고 외화 수급 사정도 개선되다 보니, 금리 차가 커졌음에도 (환율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개선 등과 함께 이달 들어 1270~1280원대로 내렸고,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지난 2~6월 5개월 연속 순유입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게 문제다.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좀처럼 무역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주요 기관에서 하반기 성장률 하락을 전망하고 있어 지금처럼 해외자금을 묶어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연준은 연내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경우 한미 간 금리 역전 차는 2.2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때문에 한은도 일단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를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영향 등을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올해 들어 22조원 이상 순유입이 지속하고 있고, 환율도 주요국 통화가치의 흐름 등을 반영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내외의 경제·금융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와 한은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주요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필요 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이었던 만큼 시장의 큰 동요는 없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3.2원 오른 127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장 대비 11.45포인트(0.44%) 상승한 2603.81에, 코스닥은 16.84포인트(1.87%) 하락한 883.79에 장을 마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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