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소방수’로 돌아온 왕이…충격 최소화·안정에 무게

이종섭 기자 2023. 7.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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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7개월만에 외교부장직에 복귀했다. 다소 이례적이지만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이 갑작스레 낙마한 상황에서 충격을 최소화하고 하반기 줄줄이 예정된 주요 외교 일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믿을만한 인물에 소방수 역할을 맡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왕 위원을 다시 외교부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안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27일 전했다. 친 전 부장이 외교부장 임명 7개월만에 전격 낙마한 가운데 직전에 10년 가까이 외교부장을 지낸 왕 위원이 혼란을 수습할 최적의 소방수라는 것이다.

앞서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4차 회의에서 친 부장을 외교부장에서 면직하고 왕 위원을 신임 외교부장에 임명했다. 당시 친 전 부장이 한 달 동안 공식석상에서 돌연 종적을 감춘 뒤 갑자기 면직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보다 서열이 높은 왕 위원을 다시 외교부장 자리에 앉힌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과거 유사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장원캉(張文康) 위생부장이 초기 부실 대응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우이(吳儀) 부총리에게 위생부장을 맡겨 사태를 수습했었다. 또 2012년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 서기가 비리 혐의로 낙마했을 때도 중국은 장더장(張德江) 부총리를 후임 당 서기에 임명한 바 있다. SCMP는 왕 위원의 외교부장 임명 역시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이런 선례를 따른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줄줄이 이어지는 주요 외교 일정과 최근 대화 기류로 돌아선 미·중관계의 흐름도 왕 위원 임명 카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장 28일부터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계기로 안방에서 해외 정상급 인사들을 맞이하고, 다음달에는 인도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또 9월에는 인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10월에는 중국이 올해 최대 외교행사로 준비 중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이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 주석은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주요 정상 외교 일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갑작스런 외교부장 부재와 교체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는 업무에 익숙하고 외교 상대국 카운터파트들에게도 친숙한 왕 위원만한 대안이 없다는 평가다. 장둥(張棟) 홍콩과기대 교수는 “왕 위원은 중국 외교부 내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다”면서 “그의 귀환은 외교부 내에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며, 앞으로 몇 달간 잘 준비된 업무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템슨센터 중국 전문가인 윤선도 “앞으로의 시급한 외교 정책 과제들을 고려할 때 중국은 신뢰할 수 있고 안정적이며 권위 있는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왕 위원 임명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시 주석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 작업도 왕 위원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외교부장 임명 배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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