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네, 유족 맞아요?” 김장겸의 MBC…다시 보는 추락 3장면

이유진 2023. 7. 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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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국민의힘 ‘괴담 방지 위원장’ 임명
2017년 2월23일 김장겸 엠비시(MBC) 당시 보도본부장이 문화방송 사장 후보자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위원회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웃기기 정말 힘들다. 웃기는 짓은 회사가 다 한다.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2017년 6월22일 문화방송(MBC) 예능피디 46명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엠비시의 대표 예능 ‘무한도전’을 만든 김태호 피디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김장겸 당시 엠비시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2월부터 정치부장을, 박근혜 정부 때 보도국장(2013년 5월~2015년 2월)과 보도본부장(2015년 2월~2017년 2월)을 차례로 지낸 뒤 2017년 2월 사장에 선임됐다. 당시 엠비시와 시민사회는 그를 정부 편향적 보도를 주도해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장본인으로 꼽았다. 같은 해 9월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고 파업 71일 만에 김 전 사장은 해임됐다.

26일 국민의힘이 김 전 사장을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자격도 없을뿐더러 몰염치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랫동안 언론에 종사하며 전문성이 있고, 현재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자문위원과 포털 티에프(TF)를 맡으면서 현 언론의 문제점, 특히 가짜뉴스로 인한 국가적, 국민적 폐해에 대해 인식하고 있기에 적격자라 판단했다”고 임명 이유를 밝혔다. 국민의힘이 적격자라고 판단한 ‘전문성’과 ‘인식’이란 무엇일까. ‘김장겸의 엠비시’에서 어떤 보도가 이뤄졌는지 대표적인 사례들을 돌아봤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공

■ 세월호 참사

2017년 10월 노조는 김 전 사장이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시절 뉴스 영상취재·편집 과정에서 세월호·백남기·촛불과 관련한 부당·편파 ‘보도지침’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김 전 사장이 ‘편파 보도’의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당시 영상편집부장은 ‘(김장겸) 보도국장 지시’라면서 단원고 학생들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 사용을 금지했다. 해당 영상은 세월호 침몰과 구조 상황 분석을 위한 중요한 자료로서, 엠비시 내 영상자료 관리시스템에 영상이 다수 확보된 상태였음에도 뉴스에 보도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대처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문구도 뉴스 영상에 들어갈 수 없었다. 

MBC 노조원들이 2017년 9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 사장실 앞에서 김장겸 당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사장은 2014년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일컬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말한 사실이 회의 참석자들을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김 전 사장은 해당 발언을 부인했다.

김 전 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박근혜 정부 발표대로 ‘지상 최대의 구조 작전’이 제대로 진행 중인지 검증하는 대신 피해 가족들을 비판하라는 보도 방향을 제시했다.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이 주재하는 편집회의에 수개월 참여한 한 기자는 “세월호 참사 초기에는 서울에 있는 기자들을 최대한 팽목항 등 현장으로 내려보내고 전력투구를 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참사가 정치적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생긴 뒤부터는 (김장겸 보도국장이) 자신의 아주 주관적인 시각으로 이슈를 다루게 된 것”이라고 <한겨레>에 말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제공

■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2015년 11월14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노동개악 저지 등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백남기 농민은 2016년 9월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2017년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건 직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해당 영상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과 관련해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고, 엠비시도 해당 영상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뉴스에 내보낼 수 없었다. 엠비시 뉴스데스크는 물대포 장면 대신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차를 줄로 묶어서 끌거나 유리창을 깨는 장면 등을 위주로 리포트를 구성했다.

축소 보도도 잇따랐다. 엠비시 뉴스데스크는 2015년 11월15일 ‘“과잉진압”…“과격시위”’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백남기 농민의 부상 소식을 마지막에서 두 번째 문장 한 줄로 다뤘다. 그 뒤에도 폭력·불법 시위의 문제점을 다루는 리포트는 지속 보도한 반면, 11월16일 구은수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 농민 부상 경위에 대한 설명, 11월17일 경찰의 기자 대상 살수차 시연회는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데스크는 2016년 9월 백남기 농민 사망 소식도 14번째 26초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태극기 집회

2016년 국회 청문회로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엠비시는 주요 증거였던 태블릿 피시(PC) 출처에 대한 의혹 보도만 10건 넘게 내놨다. 2017년 2월에는 고영태씨가 국정농단의 축이었다는 의혹을 담은 ‘고영태 녹취’ 보도를 10건 이상 보도했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2월23일 사장 후보자 면접 당시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자신이 엠비시 보도국 문화를 바꿔놓은 ‘성과’로 제시했다.

2016년 겨울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다룬 보도에서도 불공정한 지침이 이어졌다. 노조는 특히 영상편집은 물론 영상취재 단계에서부터 지침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가령 촛불집회 현장을 영상 취재할 때 ‘이석기 석방’ 문구를 찾아서 촬영하라든가, 태극기 집회 현장을 취재할 때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 또는 청년층을 촬영하라는 식이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또 태극기 집회의 경우 참가자들이 많은 것처럼 보이도록 부감 장면을 위주로 편집했으며, 참가자가 적어 보이는 장면일 경우 화면의 빈 공간을 잘라내는 편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논란 끝에 해임된 김 전 사장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2018년 3월 엠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사장은 취임 때부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인사라는 이유로 구성원과 갈등을 겪었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며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와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선고된 점만 보더라도, 공영방송사 경영자로서 김 전 사장의 자질에 대해 구성원이 가졌던 불신이 비합리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더 알고 싶다면

그가 성공할수록 MBC는 추락했다…김장겸, 영욕의 7년

https://hani.com/u/NzgzOQ

김장겸의 MBC “태극기집회 영상 빈공간 잘라라” 보도지침

https://hani.com/u/Nzg0MA

탄핵 정권 마지막 ‘알박기 사장’ 김장겸의 ‘퇴진 거부’ 투쟁

https://hani.com/u/Nzg0MQ

[알려왔습니다] ‘“깡패네, 유족 맞아요?” 김장겸의 MBC…다시 보는 추락 3장면’ 관련 

한겨레는 지난 7월27일 ‘“깡패네, 유족 맞아요?” 김장겸의 MBC…다시 보는 추락 3장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장겸 위원장이 MBC 보도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세월호 참사 관련 단원고 학생들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을 방송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장겸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특정 방향으로 영상을 제작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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