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설립 고삐죄는 당정…'회의 불참' 野 "엉터리 구상"
민주당, 기자회견 열고 "기본 방향 문제투성이…안건조정위서 또박또박 심사" 반발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국민의힘과 정부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우주항공청 설립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당정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발목을 잡기 위해 미래 우주 정책을 정쟁화하고 있다고 보고,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틀 연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하는 한편,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우주항공청 관련법을 철저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지난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전체회의를 열어 우주항공청 관련 논의를 진행했고, 같은 시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력 규모 등의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여당 의원들은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우주항공청 설립 시급성을 부각했다.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회의 개의 직후 민주당이 요구한 우주항공청 관련 법안의 안건조정위원회 심의를 수용했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더 이상 조건을 걸지도 말고, 인질로 잡지도 말고 우주항공청을 통과시켜주기를 바란다"며 "이제 핑곗거리는 0.1도 없어졌다"고 언급했다.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까지 법안심사가 가능하지만, 6명의 안건조정위 중 4명이 찬성하면 법안을 바로 통과시킬 수 있다.
3명의 민주당 안건조정위원만 찬성하면 법안이 통과되는 상황에서 우주항공청 법안 통과가 늦어진다면 민주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여당은 판단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과기부, 항우연, 천문연 등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우산에서 우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한민국이 우주 산업 분야를 선도할지 하청이나 받는 그런 후진국으로 전락할지가 달린 절박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홍석준 의원은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우주위원회의 사무기능을 하는 사무국 협의체를 과기부 산하에 만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부처에 흩어져 있는 집행기능을 엮는 협의체 기능의 사무국으로 만들자는 것인데, 정부의 안이 이와 다른 것이 아니라 다 포함하는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은 "항우연의 고유 기능은 유지하면서 우주·항공 분야 정책과 연구 개발 기관으로서 우주항공청 설립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발사체를 통해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만족할 게 아니고 달로 가고, 화성에 착륙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완수 경남지사, 박동식 사천시장도 회의에 참석해 우주항공청의 사천 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경남 사천은 우주항공청 설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다.
최형두 의원 등 경남지역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발목잡기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과학기술 우주항공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에도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고 이종호 과기부 장관을 상대로 우주항공청 설립 방안 등을 보고 받고, 과기부가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마련해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과기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우주항공청을 300명 이내 인력으로 구성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 기존에 우주 관련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외부 조직을 흡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기본 방향' 발표했다.
우주항공청 인력 구성과 다른 기관과의 업무 분장 등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아 우주항공청 설립이 늦어지고 있다는 민주당의 비판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우주항공청이 항우연과 중복된 업무가 16개"라며 "업무를 이관하는 문제는 내부 소속원 의견을 들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 등 야당 과방위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과방위 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대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위원장이 무의미한 쇼를 반복하고 있다"며 "애먼 연구기관장들 들러리 세워 '답정너'식 질의를 반복하려는 수작이다. 이쯤에서 원맨쇼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 등은 "이제 정부가 제출한 법안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또박또박 심사하면 된다"며 "안건조정위는 충실하고 밀도 있게 관련 법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 등은 이날 과기부 발표에 대해선 "장 위원장 성화에 못 이겨 다급히 발표한 기본방향은 문제투성이다"라며 "조직은 엉성하고 기능은 모호하다. 엉뚱한 기관을 설립해 국가 우주 백년대계를 망치려 한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고 비난했다.
이어 "연구 현장은 정부의 엉터리 우주항공청 구상에 분노로 들끓고 있다"며 "정부의 구상이 연구 역량을 해체하고 국가 우주 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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