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충전에 10시간 쓰는 지게차...미국은 지금 ‘수소혁명 중’

페리스·그린빌(미국)/홍준기 기자 2023. 7.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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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친환경 고효율 수소 산업 패권 놓고 미국과 유럽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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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지게차는 배터리를 교체할 때 5~20분씩 줄을 서야 했어요. 수소 지게차는 3분만 수소를 충전하면 10시간 동안 사용하죠.”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리스에 위치한 유통업체 홈디포의 물류 창고. 로지라는 이름의 직원이 지게차에 수소를 채워넣고 있었다. 최근까지 이곳에서 사용하던 전기 지게차는 납축전지를 충전하는데 최소 2시간이 걸렸고, 길어야 8시간 작동했다. 보통 지게차 한 대 당 납축전지 3개를 돌려서 사용해야 했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12만5000㎡ 넓이의 물류 창고를 관리하는 데 전기 지게차는 180대가 필요하지만, 수소 지게차는 120대면 충분하다. 수소 지게차의 연료전지를 제작하는 업체 ‘플러그파워’의 사이먼 워커 마케팅 임원은 “전기 지게차는 전기가 부족해지면 힘도 떨어지는데, 수소 지게차는 계속 균일하게 힘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효율성 높은 수소 지게차는 미국에서 시작된 ‘수소 혁명’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꽃피우기 시작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글로벌 수소기업 협의체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와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지역의 수소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액은 470억달러로 유럽(760억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유럽과 북미에서 수소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이유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실용성 높은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 지게차는 전기 지게차보다 충전 시간이 짧고, 한 번 충전으로 더 긴 시간 작업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월마트, 홈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가 수소 지게차로 물류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위 사진은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리스의 홈디포 물류창고에서 수소 지게차를 충전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미국 네바다주 노스라스베이거스의 액화 수소 플랜트 모습./홍준기 기자

◇효율성 높은 친환경 수소 상용차

개인이 이용하는 승용차는 이미 전기차가 대세가 됐다. 반면 지게차·트럭·버스 같은 상용차는 수소차가 전기차를 제치고 기술 표준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전기 상용차는 긴 충전 시간도 문제지만, 배터리가 지나치게 무거워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다. 앤디 마시 플러그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면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날 뿐 아니라 더 많은 승객이나 화물을 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는 가벼운 기체인 수소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연료전지 내 백금 같은 촉매가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도록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물질은 환경에 무해한 순수한 물뿐이다. 플러그파워 관계자는 “전기 지게차의 납축전지는 오래되면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천연가스 지게차에서도 연소 과정에서 그을음이 나오는 것과 다르다”고 했다.

연료전지가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전기 지게차는 대당 1만2000달러짜리 배터리 3개가 필요하다. 별도로 가격이 5000~1만달러 정도인 충전기도 구매해야 한다. 플러그파워 관계자는 “수소 연료전지 하나의 가격이 2만9000달러 수준”이라며 “현재는 5년 정도인 연료전지 수명이 기술 발전으로 더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남는 전기 보관하는 수단으로 사용

수소는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특정 시점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를 수소로 전환해 저장했다가 날씨 등의 영향으로 발전량이 부족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수소가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기를 수소로 전환하면 장기간 전기를 보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전기를 수소 형태로 변환해서 멀리 해외까지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이 구현돼 있다. 수소가 전기를 손쉽게 멀리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 활용된다는 얘기다.

14일 미국 네바다주 노스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프랑스 기업 에어리퀴드의 공장에서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분해 후 이를 극저온으로 냉각해 하루 29t의 액화수소를 생산하고 있었다. 에어리퀴드는 수소를 영하 253도까지 냉각해 액체 형태로 운송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한낮에는 기온이 40도를 웃돈다. 앞으로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면 생산한 전기의 일부를 수소로 바꿔 다른 지역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를 연료로 삼아 전기를 만드는 수소 발전 기술도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제너럴 일렉트릭(GE) 연구소에서는 발전용 수소 터빈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GE는 2004년부터 천연가스와 수소를 섞어서 발전용 연료로 쓰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GE는 그린빌 연구소 내 수소 관련 시설을 현재의 3배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GE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 세계 120개 이상의 가스터빈에서 850만 시간 정도 수소 연료 발전을 진행한 바 있다”고 했다. 현재는 기존 발전 설비를 약간만 개량하면 수소와 천연가스를 50%씩 혼합해 터빈을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탄소 배출량이 약 25% 감소한다. 기존의 발전용 가스터빈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면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절충안인 셈이다.

그래픽=김의균

◇미국과 유럽, 수소 패권 두고 경쟁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수소 산업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21년 6월 ‘하이드로진 샷’이라는 계획을 통해 10년 내에 수소 1kg의 생산 단가를 1달러까지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수소 생산량 1kg당 3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고, 별개로 수소 관련 투자에 대해서도 투자액의 최대 30%를 세액 공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해 4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 패키지인 ‘REPower EU’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2억유로 규모의 수소 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배정했다. 중동 산유국들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 에너지원으로 수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의 수소 관련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국내에 수소 생산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SK E&S는 플러그파워, GE 와 협력해 2026년까지 충남 보령에 연간 25만t 규모의 수소를 생산·활용하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앤디 마시 플러그파워 CEO는 “미국은 실내 수소 충전소 설치나 수소 연료 전지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수소 생산·수송·활용 등 수소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정책 지원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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