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승리’ 부각하는 중국…대표단 방북 “한반도 문제 해결 도움될 것”[정전 70년]

이종섭 기자 2023. 7. 27. 15: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전승절 70주년’ 행사 참석차 방북한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공연을 관림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중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인 27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 경축행사에 리훙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대표단으로 파견했다. 지난 3월 왕야쥔(王亞軍) 주북 대사 부임을 제외하면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 측 인사의 첫 방북이다. 북한이 전승절 행사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한 것도 2013년 60주년 행사 때 이후 10년만이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5년, 10년 단위의 정주년을 특별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중국에게도 정전 70주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셈이다. 더욱이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전쟁 승리’를 부각하는 상황에서 정전 70주년은 대내적으로 애국심을 고취하고 대외적으로 북·중·러 3각 밀착을 과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항미원조전쟁 승리 70주년’을 다룬 장문의 기사에서 “항미원조전쟁의 위대한 승리는 중화민족이 위대한 부흥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이며, 영원히 중화민족의 역사책에 새겨질 것”이라며 “이 위대한 승리를 기억하고 항미원조정신을 발양하는 것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추진을 더욱 앙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맞닿은 오후적인 이웃으로, 지속적으로 양국 관계를 공고히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쌍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북한과 함께 끊임없이 중·북관계의 새롭고 더 큰 발전을 촉진해 나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단 방북과 별개로 올해는 중국에서도 북한과 접한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른바 ‘항미원조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도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와 공연 등을 선보이며 애국심 고취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인민지원군이 첫 전투를 벌인 10월25일을 항미원조 전쟁 기념일로 정해 매년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 정전협정일인 7월27일에는 보통 별다른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 올해는 7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를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라는 항미원조전쟁의 관점을 선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된 이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잇따라 제작해 항미원조전쟁 승리를 부각해 왔다.

이런 배경 하에서 중국 대표단의 전승절 방북이 이뤄진 것이지만, 3년여만에 공식 재개된 중·북간 고위급 대면 교류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대표단 방북에 대해 “중·북간 교류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관련 사안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양측 관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이번 방문이 중·북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추진과 지역 평화·안정 촉진에 유리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조건을 마련하는 데 유리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쌍궤병진(雙軌竝進)’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한국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에 대해서도 지지 입장을 밝혔다. 김동길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는 “정전 이후 중국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한반도 정책은 전쟁 재발 방지, 즉 현상 유지 정책”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발사와 비핵화 문제 등 당면 과제에 있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최근 한·미·일 밀착 구도 속에 이뤄지는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해 미국에 책임을 돌리며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면서 “한국전쟁 정전 이후 70년 동안 한반도가 아직 정전에서 평화 메커니즘으로의 전환을 실현하지 못했다”며 “각 측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 한반도 긴장과 대립의 근원이자 문제점”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