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실패한 당국, 8200억 어치 코로나 백신 창고에 쌓였다
작년 코로나 백신에만 1조8700억원… 내년까지 3448만회분 폐기될 판
백신 잔여 물량 3475만회분… 약 8300억원가량 재고로 쌓여
질병청 "백신 물량 불가피한 부분 있었다…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
지난해 정부가 1조8712억원을 사용해 7884만회분의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도입했다. 배정된 예산의 약 70%만 사용했음에도 약 8200억원 어치(평균 단가로 계산)의 백신이 창고에 방치된 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 내년까지 3448만회분의 백신이 버려질 예정인데 아직 국내에 들여오지 못한 물량도 6142만회분에 달한다. 정부가 백신 수요예측에 실패, 혈세를 낭비했단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무부처인 질병관리청은 팬데믹 초기 예측 불가능성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책정된 예산은 2조5302억3600만원이다. 이중 집행된 예산은 1조8712억2500만원이다. 집행률은 74%다. 6587억5700만원은 다음 해로 이월됐다. 2억5400만원은 불용액으로 반납 처리됐다.
질병관리청은 2022년 7884만회분의 백신을 도입했다. 사용된 예산에서 도입된 백신 물량을 나누면 1회분당 가격은 약 2만3700원이다.
팬데믹(감염병대유행) 이후 우리나라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2억6270만회분이다. 이 중에서 2억128만회분이 국내에 도입됐다. 아직 들여오지 못한 백신 물량은 6142만회분이다. 정부가 올해 추가로 들여온 물량은 353만회분이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에서 실제 접종에 사용된 백신은 1억344만회분에 그쳤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의 66.8% 수준이다.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폐기된 백신도 2186만회분에 달한다. 1024만회분은 해외로 공여했다.
사용되지 못하고 병원과 물류센터에 재고로 쌓인 코로나19 백신은 3475만회분이다. 지난해 정부가 구입한 백신 1회분당 가격인 약 2만3700원으로 계산하면 8247억원가량이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된 셈이다.
재고로 쌓인 백신의 유효기간 만료도 다가온다. 올해 3분기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되는 백신은 1325만회분이다. 4분기에는 739만회분이 폐기된다. 내년에는 추가로 1384만회분이 폐기될 예정이다. 올해 3~4분기와 내년까지 폐기될 백신 물량은 3448만회분이다.
특히 정부가 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올해 모두 버려진다. 정부는 스카이코비원 1000만회분을 구입했고, 이 중에서 61만회분을 도입했다. 스카이코비원은 지금까지 약 5만회분이 사용됐으며, 약 12만회분은 유효기간 경과로 폐기됐다. 잔여 물량은 약 43만~44만회분인데 모두 4분기에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올해 책정된 코로나19 신규 백신 도입 예산은 2151억원이다. 그러나 기존에 구매한 물량마저 제대로 들여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신규 백신 구입도 미뤄지는 상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올해 신규 백신 구매 예산은 아직 집행하지 않았다"며 "올해 도입된 백신은 기존 계약에 의한 물량이다"고 말했다.
국민 대부분이 최소 1차례 이상 접종했고, 자연 감염 등으로 항체를 보유했기 때문에 잔여 백신의 활용도는 지속해서 떨어졌다. 특히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일반의료 체계로 전환돼 백신 접종 수요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잔여 백신은 △해외 공여 △유효기간 연장 △도입 일정 조정 등으로 물량이 관리된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임상 시험에서 대조 약물로 잔여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화이자, 모더나와 협의해 도입 예정인 물량을 신규 개발 백신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해 기존 개발 백신으로는 예방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약사로부터 제출받은 안정성 자료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백신의 유효기간도 계속 연장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도입 물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팬데믹 초기 예측 불가능성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전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했고, 당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도입 백신의 폐기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폐기하더라도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전 국민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며 "나중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소극적으로 대처해 오히려 충분히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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