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긴축→다시 모호한 화법으로…월가, 금리인상 종료 해석

김상윤 2023. 7. 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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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두차례 연속 금리인상 신호줬다가…
"9월 금리 동결 또는 다시 인상할 수 있다"
6월 CPI 영향 받아…"앞으로 데이터 의존"
"연내 인하는 없다…2025년 전에 2% 못봐"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긴축 사이클 종료 선언은 없었지만, 매파 본색은 누그러뜨렸다.’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는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데이터가 확실하다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또한 금리동결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서 금리를 25bp 인상한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AFP)
강경 긴축 발언에서 다시 모호한 화법으로

이는 파월 의장이 지난 6월 FOMC 당시 금리를 동결한 뒤 이후 공개석상에서 2연속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한발 물러난 듯한 느낌을 주는 표현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포럼에서 “현재 통화정책은 제약적인 수준이지만 충분히 제약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며 “연이은 회의에서 (금리를) 움직이는 방안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 이 발언을 7월과 9월 연속 금리 인상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파월이 이번에는 그의 ‘특허’이기도 한 모호한 화법을 다시 구사한 것이다.

그의 달라진 스탠스에는 다소 둔화한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0%를 기록했다. 최고치였던 지난해 6월(9.1%)과 비교하면 상당히 둔화했다. 파월도 “6월 지표는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고 표현했다.

투자은행(IB)들은 파월의 발언을 두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웰스파고는 “이번 정책금리 인상이 이번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책금리가 5%를 상회하고 양적 긴축은 계속되는 가운데 근원 인플레이션도 둔화하고 있어 추가 긴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연준 지도부가 ‘신중한 속도의 긴축’을 지지하고 있어,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데이터 의존적으로 접근…근원물가 여전히 높다”

물론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시그널을 명확히 준 것은 아닌 만큼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6월 CPI만으로는 연준을 만족시킬 순 없고. 뜨거운 고용시장이 진정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했다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파월은 “6월 지표는 한 달 보고서에 불과하다. 한 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보지 않도록 주의하고, 인플레이션 하락이 지속 가능한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데이터 의존적인(data dependency)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라며 “9월까지 2개의 고용보고서와 CPI보고서, 많은 경제활동 지표를 살펴보고 (추가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포워드 가이던스를(정책방향 예고) 제시하지도 않았다.

특히 근원물가가 여전히 연준 목표치(2%)보다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지난 6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8%로, 연준 목표치 대비 2배 이상에 달한다. 그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따라서 당분간은 통화정책을 제약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내 인하 없다..2025년 전에는 2%대 못 볼 것”

물가가 작년 최고치 대비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3~4%대 인플레이션이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물가하락을 이끌었던 유가도 다시 반등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시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파월 의장이 개선된 각종 경제지표를 확인하고도 “아직 ‘낙관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이유다.

그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대 복귀와 관련, “먼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월은 “2025년 전에는 인플레이션이 2%로 하락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금리 인하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것을 시사한 셈이다. 특히 올해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이은 긴축에도 경제 연착륙에 대해 자신감은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 직원들은 최근의 경제 회복력을 감안해 더 이상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상당한 고용 손실 없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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