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수술 후 사망한 4세아...의사 출신 검사가 ‘의료 사고’ 밝혀냈다
서울서부지검 장준혁 검사, 상반기 우수 검사 선정
지난 2019년 10월, 경남 양산의 한 병원에서 편도선 수술을 받은 4세 아이가 연명치료 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아이는 10월 4일 이 병원에서 전문의 A(39)씨의 수술을 받고 이틀 후인 6일 퇴원했지만, 퇴원하자마자 후유증으로 다음날 부산의 또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에서 10월 9일 새벽 1시 45분쯤, 피해 아동이 기침과 함께 피를 입으로 쏟아내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야간 당직 전문의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결국 피해 아동은 20km 떨어진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 아동은 의식 불명 상태로 약 5개월간 연명치료를 계속하다 이듬해 3월 11일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3년간 수사했지만,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던 이 사건을 의약분야 ‘공인전문검사’인 서울서부지검 장준혁(43·변호사시험 1회) 검사가 넘겨받았다. 장 검사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검사가 됐다. 장 검사는 “법대로 하라”는 의료진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 7000쪽 분량의 사건 기록을 전면 재검토했다. 현장조사, 주요 피의자 등 6자 대질조사를 하고, 대검 법의학자문위원회 감정도 받았다.
그 결과 수술을 집도한 A씨가 수술 후 피해 아동에게 출혈이 발생한 걸 확인하고도 출혈 부위를 특정하지 못해 환부를 광범위하게 지혈하고 그 사실을 은폐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두 번째 병원에서 야간당직이었던 전문의 B(56)씨가 병원을 무단으로 이탈하고, B씨 대신 당직을 서던 C(42)씨는 피해 아동에게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허비한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6월 말, 의사 5명과 A병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이후 장 검사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4세 아이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사진>였다. 어머니는 편지에서 “처음 의료 소송을 시작할 당시 주위에서도 ‘의료소송은 절대 못이긴다하더라’며 저를 말렸다”며 “그런데 기소됐다는 문자를 받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했다. 이 어머니는 “아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드디어 재판을 받을 수 있겠구나, 또 우리 아이가 그때 살 수도 있었겠구나… 여러 가지 생각으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라며 “’법대로 하라’는 의료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제 제가 ‘법대로 하자’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지금 다시 재판의 출발선에 선 만큼 많은 분의 도움 잊지 않고 재판까지 열심히 버텨나가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장 검사를 올해 상반기 우수검사로 선정하고, 이 사건을 ‘6월 형사부 우수사례’로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사건은 ‘전문검사 이송제도’를 통해 밝혀졌다. 전문검사 이송은 범죄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가진 검사가 있는 청으로 사건을 이송해 처리하는 제도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범죄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억울함을 달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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