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장관, '사법정비' 후폭풍 속 예루살렘 성지 도발

김상훈 2023. 7. 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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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강행으로 극심한 혼란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동예루살렘 성지 도발을 감행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성전산(Temple mount, 동예루살렘 성지의 유대식 표현)은 이스라엘인에게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이곳에 돌아와 우리가 이곳을 관리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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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예루살렘 성지 방문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대변인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강행으로 극심한 혼란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동예루살렘 성지 도발을 감행했다.

27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벤-그비르 장관은 '성전파괴일'(Tisha B'Av, 동예루살렘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제1, 제2 유대 성전이 파괴된 것을 애도하는 날)인 이날 동예루살렘 성지를 전격 방문했다.

그는 성전 방문 중에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을 자극할 수 있는 도발적 발언도 잊지 않았다.

벤-그비르 장관은 "성전산(Temple mount, 동예루살렘 성지의 유대식 표현)은 이스라엘인에게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이곳에 돌아와 우리가 이곳을 관리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곳에서 우리는 좌파와 우파, 독실한 유대인과 세속적 유대인 모두가 형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테러리스트 눈에는 우리는 다 똑같아 보인다"며 "연대하고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도발은 취임 후 세 번째다.

그는 장관 취임 초기인 올해 1월에 이어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점령과 병합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 깃발 행진 직후인 지난 5월에도 성지를 전격 방문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의 반발을 촉발했다.

그는 1월 방문 때는 "우리는 이곳에서 무슬림과 기독교도의 이동 자유를 지켜왔다. 이제 유대교도도 이곳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 경찰의 성지 내 질서유지 활동을 칭찬하면서 "그들(경찰)은 예루살렘의 주인이 누구인지 증명했다. 하마스의 위협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예루살렘 그리고 이스라엘의 주인은 우리"라고 도발했다.

동예루살렘 성지는 애초 요르단에 속해 있었으나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으로,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의 공통 성지다.

무슬림은 이곳을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메카에서 날아와(이스라) 승천한 뒤 천국을 경험(미라즈)한 '고귀한 안식처'라고 부른다.

유대교도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이자 고대 왕국의 솔로몬과 헤롯왕이 바빌로니아와 로마 군대에 의해 파괴된 성전을 지었던 곳이라고 믿으며 '성전산'으로 부른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합의에 따라 성지에서 기도와 예배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다. 유대교도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기도와 예배는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벽에서만 가능하다.

벤-그비르는 이런 규칙을 바꿔 유대교도 역시 성지 경내에서 자유롭게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성전 파괴일에 맞춰 감행된 성지 방문과 단합의 메시지를 통해 벤-그비르 장관은 최근 사법부 무력화 입법으로 악화한 민심을 추스르고 우파 중심의 단결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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