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영웅 vs 전북도의원, 누구 말이 맞나…‘청탁·갑질’ 진실공방
신준섭 사무처장, 도의원과 갈등 빚다 중도 하차…법정공방 예고
피감기관 소고기 얻어먹은 윤영숙 도의원 ‘김영란법 위반’ 논란
(시사저널=정성환·신명철 호남본부 기자)
최근 느닷없이 불거진 전북도의원의 전북체육회에 대한 청탁·갑질 논란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내 복싱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신준섭 전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윤영숙 전북도의원(익산 3)으로부터 갑질을 당했고 외압과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며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 당사자가 벌이는 진실공방은 점차 치킨게임식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고 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의혹을 제기한 신 사무처장은 급기야 도의원과 갈등을 빚다가 임기 중 도중 하차했고, 그로부터 쇠고기를 얻어먹은 것으로 알려진 도의원은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두 사람 모두 "상대의 발언은 허위"라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해 향후 사법기관의 조사에서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신 사무처장 "업자 도와달라 해" vs 윤 의원 "난 그런 적 없어"
신 사무처장은 25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회 기본예산을 문제 예산으로 삼은 윤 의원을 만나기 위해 올해 1월 윤 의원과 그와 평소 알고 지내던 스포츠용품 사장 A씨와 함께 식사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이 저에게 '업체 사장을 도와주라'고 말해 이후 A씨에게서 1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샀다"고 폭로했다.
실제 전북체육회는 2월 민선 2기 회장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개당 3만원의 체중계 500개(1500만원 상당)를 A씨로부터 구입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부실한 체중계가 납품되자 도 체육회는 A씨에게 항의했다.
신 사무처장은 "이후 곧바로 윤 의원은 체육회에 수차례에 걸쳐 (보복성) 자료 요구를 했고 6월에는 도정 질문을 통해 전북체육회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질타했다"며 "지난 19일 체육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수치심이 들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 이후 체육회 사무처장직을 사직하겠으며 국민권익위원회와 사법기관 고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앞으로 전북체육회가 예산 문제로 더는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끝맺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신 사무처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윤 의원은 반박 기자회견을 통해 "식사 자리는 체육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위한 자리였다고 기억한다"며 "이후 도 체육회가 A씨와 수의계약을 한 사안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제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 사무처장이 인격적 모독을 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윤 의원은 "신 사무처장이 자리를 맡은 지 2년이 지났어도 업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업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어떻게 사무처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타했고 이는 의원으로서 당연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자료 요구에 대해선 "2월에 한 건, 도정질문을 준비하며 5월에 2건 자료요구를 했는데 이게 문제가 되는 정도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신 사무처장이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은 도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물 타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 사무처장이 사직서를 쓴 것에 대해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리까지 되면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복싱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씁쓸한 퇴임'
이틀 전 항의성 사직서를 쓴 신 사무처장은 27일 임기를 4년 앞두고 퇴임했다. 이번 사퇴의 배경에는 신 사무처장이 윤 의원에게 받은 '모멸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그는 지난 19일 체육회 업무보고에서 윤 의원으로부터 "급여를 얼마 받느냐, 급여가 많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업무를 제대로 모른다. 몇 년이나 더 해야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느냐" 등의 말을 듣고서 스포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 자리에서 신 사무처장은 윤 의원과 관련된 신상 발언을 하려 했으나 일부 의원의 만류로 업무보고를 마쳤고 결국 사직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윤 의원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정의롭고 당당한 체육인으로서 앞으로도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명예를 중요시했다.
결국 올림픽 영웅은 현장형 행정가와 업무 미숙 등의 엇갈린 평가를 뒤로 하고 씁쓸한 퇴장을 맞았다. 남원시 대산면이 고향인 그는 1984년 미국 LA올림픽에서 미들급 금메달을 땄으며 이를 기념한 '신준섭 복싱체육관'이 남원에 건립돼 있다.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도의회 윤리특위 부위원장
윤 의원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신 사무처장이 그에게 소고기를 사줬다고 폭로하면서다.
신 사무처장과 윤 의원, 양측이 모두 아는 스포츠용품업체 사장 A씨 등 3명은 지난 1월 6일 익산 시내 소고깃집에서 1시간가량 반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대금 13만1000원은 신 사무처장이 개인 신용카드로 계산했다. 김영란법에 규정된 식사비 한도는 1인당 3만원으로 윤 의원이 이를 위반한 것이다.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소속인 윤 의원은 전북체육회의 감사 등을 맡고 있다. 또 A씨는 지방선거 기간에 윤 의원을 도왔던 인물이자 신 사무처장의 대학교 후배로 확인됐다. 세 사람의 만남 이후 전북체육회는 2월 민선 2기 회장 취임식을 진행하면서 개당 3만원의 체중계 500개(1500만원 상당)를 A씨로부터 구입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신 사무처장의 요청으로 식사한 것은 맞지만 내가 계산하지 않았다"면서 "그 자리가 체육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위한 자리였다고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현재 윤 의원은 전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김영란법 위반 관련 고소장이 접수되면 수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지역정가 주변에선 다소 뜬금없는 전북도의원과 도체육회 간에 갈등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민선 8기 김관영 전북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도지사 측근으로 분류된 윤 의원이 전북체육회 예산이나 정책문제에 대해 도청 대신 총대를 메고 공격수로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에 평소 도청 집행부의 도의회 하대(?)에 대한 불만이 도체육회 예산을 둘러싸고 표출된 것이라는 결이 다른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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