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 복귀했지만…기록으로 남은 “이상민, 품위 유지 의무 위반” 헌재 지적

김동환 2023. 7. 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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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지난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재판관 9명 전원일치
‘별개 의견’에서 이상민 장관의 ‘품위 손상 행위’ 지적…사후 발언 등 언급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품위(品位). 사전상 ‘사람이 갖춰야 할 위엄이나 기품’을 의미한다. 국가공무원법은 제63조 ‘품위 유지의 의무’ 조항에서 공무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공직자의 행동과 말의 무게를 당사자가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당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25일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탄핵 기각으로 국회 의결 167일 만에 장관직에 복귀하게 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시기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헌재의 지적을 받았다.

함께 언급된 같은 법의 성실의무 위반 관련 헌재 언급도 이 장관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이 장관 파면이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별개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이 장관의 사후 발언 문제를 강조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는 질문에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자리에서 나온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던 이 장관의 말 등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이태원에 많은 경찰력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일부 지적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강한 비판을 받자, 이 장관은 11월1일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라던 이 장관 발언에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거나 경험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었다”며 “참사 직후 퍼져나간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결합해 다중밀집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게 아닌지 의혹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소방 인력 사전 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던 발언에도 “피청구인(이상민 장관) 지위에서 할 수 있는 공적 발언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객관적 근거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참사에 대해 국민적 오인을 유발하고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의무·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재난과 안전관리 행정에 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이 같은 해 12월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사고 당일 대응 논란에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었다”고 말했다가 ‘성급했다’면서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서도, “참사 조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기도 일산시에 거주하는 수행비서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현장으로 출발하면서, 사고 이튿날인 10월30일 0시42분쯤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점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점 등도 들었다.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의 사후 대응은 총괄·조정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며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관계 부처 장관 브리핑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정미 재판관은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 관련 대목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세 재판관처럼 이 장관의 일부 사후 발언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문제 삼았다.

정 재판관은 “참사 원인과 대처의 적절성이 논란이 된 와중에 피청구인의 발언은 책임 회피에 연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언행이었고 피해자와 유족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며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 손상 행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네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사후대응과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의 사퇴 압박이 높아지자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가 “문장을 전체적으로 이해해 달라”며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고 사과한 일도 있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의 이 장관 탄핵 기각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는 별개 의견에서 분명하게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다”면서 “이 장관이 재난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켰고, 특히 재난 대응을 총괄해야 하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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