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폭탄 설치하겠다”, “임신하지 마”… 교사들 병든다

권나연 2023. 7. 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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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교육활동 침해사례 9163건
초등학교 교권침해 학부모 비중 높아
교육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절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이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 말 잘 들으라고 월급 주는 거다. 돈 쉽게 벌려고 교사 되셨냐.”

15년 간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A씨가 학부모에게 들은 말이다. 해당 부모가 자녀의 짝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한명만 바꿔주는 건 힘들다”고 하자 폭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두고 A씨는 “상황을 돌파할 길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 입장에서는 문제가 커지는 걸 원치 않고, 일부 학부모는 교사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자녀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해 물러서지 않는다. 그 사이에 병들어가는 건 교사”라고 지적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사례는 9163건에 달한다. 침해주체는 학생이 844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학부모·보호자가 716건이었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교권침해 884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사례가 298건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학교는 5079건 가운데 248건, 고등학교는 3131건 중 158건에 견줘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더 높음이 확인됐다.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들은 일부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 제기와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9년차 초등학교 교사 B씨는 “교사들의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역으로 사소한 일에도 학대신고를 하는 사례가 있다”며 “교사들의 말과 행동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성인이 돼서도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있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동학대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교사는 신고가 되는 순간 불이익이 발생하기에 때문에 힘들다”며 “가족들에게 힘들다고 얘기해도 ‘교사는 방학이 있지 회사는 그런 것도 없다’며 쉬운 문제로 치부해 ‘외로운 길’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교사 C씨 역시 “아이가 반 친구를 괴롭히거나 교사의 말을 듣지 않아 꾸중을 한 경우에도 학부모는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교사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를 굉장히 많이 봤다. 결국 교사는 정당한 훈육을 하고도 학부모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러고 나면 다음에 학생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교사들이 겪은 각종 악성민원과 피해사례가 소개됐다.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우리 애 졸업할 때까지 결혼하지 마세요”, “임신하지 마세요” 등의 사생활 간섭부터 “차에 폭탄을 설치해 죽이겠다”, “가위로 목을 자르겠다” 등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도 제도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교권침해와 악성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방안을 담은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8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악성민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해야겠지만 체제도 정비하고, 교장·교감 선생님 등 관리자분들이 역할을 하셔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많은 제안을 듣고 종합대책에 담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교육계는 대책의 실효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마련한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에 반복적 폭언은 관계법령에 따른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단순 폭언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권리구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일선 교육청에서 지역 민원을 고려해 고발조치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매뉴얼이 강제력을 가지려면 이를 이행하지 않는 민원인에 대한 페널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전혀 없어 존재감도 실효성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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