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윤 W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감독 “오케스트라 연주를 쉽게 접할 수 있기를”
중학생 때 부모님과 함께 다니던 교회에서 성가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본 소년은 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진 이 소년은 훗날 60명의 단원과 함께 음악재능을 맘껏 기부한다. 주인공은 바로 김남윤 W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69)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음악학원이 없던 시절 음악을 배우고 싶어 학교 밴드부에 들어가 음악을 접했다. 주변의 추천과 칭찬에 대학도 작곡과로 가기로 결정한 그는 취미가 인생이 되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대학을 졸업하고 음악교사를 하면서 생활을 이어갔다.
어느 날 주변 지인이들이 “넌 지휘에 재능이 있으니 좀 더 공부를 해봐라”는 말에 그는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당시 지휘과가 있는 미국으로 가기로 다짐했다. 당시 한국에는 지휘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벽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형편이 여의치 않던 그는 당시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아내와 한 살 아들도 있었다.
미국의 꿈을 포기하려던 찰나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뻗쳤다. 당시 그가 몸담고 있던 선교합창단원들과 가까운 친구들이 그의 재능을 보고 비행기표와 등록금을 마련해준 것.
그렇게 그는 미국에서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그의 노력과 재능을 알아본 것인지 그는 뉴저지 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감독 겸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10년간 지휘를 맡았다.
2007년 한국 순회 공연을 하다가 고국 사람들에게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 2008년 2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W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미국으로 떠날 당시 베풂을 받아본 그는 60명의 단원들과 함께 초중고교를 찾아 연주를 들려주고 매주 1회씩 음악에 재능있는 아이들을 지도했다.
이 밖에도 양로원, 보육원, 교도소 등을 순회하며 무려 13년간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현재 W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로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유일 재단법인 민간 오케스트라로 출범했다.
2017년 남양주로 이사 온 그는 2020년 남양주시교향악단을 창단했다. 그는 아이들의 재능을 이끌어주고 싶어 올해 상반기 6개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클래식 악기를 교육하는 ‘학교로 찾아가는 클래식 교실’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올해 하반기에는 35개교를 찾아갈 예정이다.
또 그는 매년 봄과 가을 자신의 집에서 주변 어르신 등 주민들을 초대해 ‘가든 콘서트’도 열고 있다. 그저 자신의 음악을 듣고 행복해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 감독은 “학교, 도서관, 마을회관 등을 찾아 남양주시민이 집 주위에서 쉽게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남은 인생도 음악재능을 기부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현 기자 li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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