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300명 내외로 출발”…밑그림 나왔으나 여야 대치로 장기 지체
윤석열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이 300명이내 조직규모로, 각 부처에 흩어진 우주 관련 정책수립과 연구개발(R&D), 국제협력 등 기능을 이관받받아 출범한다. 기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의 외부 조직은 흡수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우주항공청'의 밑그림을 처음으로 공개했으나 야당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조 등이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는 또 다시 불투명해졌다.
과기정통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을 공개했다. 지난 4월 국회에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한 이후 진전이 없자,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나서 구체적인 조직 운영 계획을 공개해 논의에 속도를 붙이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종호 장관은 “올해 안에 개청하려면 완전히 준비되진 않았지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하고 국민이 관심을 가지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큰 틀의 계획을 설명하는 것으로, 조직명과 인력 등은 법 통과 이후 협의·확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주항공청 조직은 청장과 차장, 본부장을 두고 약 300명이내 최소 규모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임무 조직은 업무 특성을 고려해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내년 예산 규모는 72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등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을 유지하면서 우주항공 분야의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관련 R&D를 담당한 기존 외부 조직을 흡수하는 대신 우주항공청 내 우주항공 임무본부가 외부 조직에 임무를 맡겨 성과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센터와 NASA 본청 간 관계와 비슷하다는 게 과기부측 설명이다.
이 같은 밑그림에도 불구하고 당초 목표였던 연내 개청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거듭 파행을 이어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부터 이틀간 전체회의를 열고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를 이어가려 했으나 야당 불참으로 진전되지 못한 상태다.
현재 우주항공청특별법은 과방위에서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로 회부됐다. 안조위 회부는 지난 26일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요청했으며 장제원 과방위 위원장이 수용한 결과물이다. 안조위는 27일 본회의 산회 직후 열려 위원장을 선출하고, 정부안인 우주항공청특별법과 양정숙·조승래·김정호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비교할 예정이다. 안건조정위가 구성됨에 따라 오는 31일 예정됐던 우주항공청 공청회는 안건조정위 일정에 따라 연기됐다.
장제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을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 선진국으로부터 OEM(위탁생산)만 받는 우주후진국이 된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기관들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우산에 원스탑시스템을 만들어 산업에 집중 지원해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우주항공청의 느슨한 네트워크형 운영체제는 R&D 연구에나 적합할뿐 거대복합시스템을 위한 추격형 조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항우연지부는 이날 과기정통부의 우주항공청 기본방향 발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우주항공청은 향후 10년간 우주 분야 국가 수요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사업은 관할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우주외교, 우주안보는 다루지도 못하는 조직”이라며 “전세계 우주개발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분산형 조직으로 점점 더 치열해지는 우주산업과 우주전략 경쟁을 감당하겠다고 무책임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 출연연 등에서 수행 중인 다양한 업무와 사업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원활하게 이관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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