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로 보는 삶의 흔적, 이야기가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전

정자연 기자 2023. 7. 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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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놓인 자개장.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어린 시절, 할머니의 방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 ‘자개’는 이런 상징물 중 하나일테다. 

우리의 추억 속에 있는 자개장은 1970년~1980년까지 혼수품으로 유행하며 안방의 어느 한쪽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점차 생활 공간이 바뀌고 가구의 유행이 변화하면서 자개장은 우리 곁에서 점차 사라졌다.

‘그 많던 자개장은 어디로 갔을까’. 국립민속박물관이 8월 27일까지 개방형 수장고 시설인 파주관 열린 수장고에서 선보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전은 이 물음에서 출발해 자개의 아름다움과 이에 깃든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 

김덕용 작가의 '결-심현'. 정자연기자

손대현(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 명장, 류지안 작가 등 자개를 다루는 공예작가 8명의 작품과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나전칠기 등 170여 점이 열린 수장고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달이 느껴진다. 

김덕용 작가의 작품 ‘결-심현’은 나뭇결을 따라 자개 조각을 이어 붙여 별을 표현했다. 어두운 푸른빛 배경에 반짝이는 자개 선을 동심원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생명의 순환과 영속성의 의미를 담았다. 숲의 근원인 나무와 바다에서 온 자개의 조화로움으로 한국의 미를 표현했다. 

나전 건칠 달항아리. 정자연기자

맞은편에 놓인 손대현 장인의 ‘나전 건칠 달항아리’는 유려한 곡선에 나전 특유의 빛이 더해진 작품이다. 달항아리 형태의 칠기에 실처럼 길고 가늘게 자른 자개상사를 다듬어 붙이는 끊음질로 장식했다.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둥근 면까지 정교하게 표현된 자개가 달빛을 머금은 듯 반짝인다.

전통이 깃든 자개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조선시대 사용됐던 자개장과 전통을 잇는 명장들의 작품이 보이는 수장고에 놓여있다.

조선미술품제작소 나전부 소속 장인 김영주(1906년~1987년)가 본인의 혼례용으로 만든 ‘자개 장생무늬 혼수함’, 나전칠기의 본고장인 통영에서 활동한 국가무형문화재 나전장 명예보유자 송방웅(1940년~2020년) 장인이 제작한 ‘자개 원앙무늬 보석함’, 조선시대 대표적인 나전칠기인 소나무‧사슴‧불로초‧학과 같이 장수를 기원하는 무늬가 장식된‘자개 장생무늬 함'과 ‘자개 이층농’, 1970~80년대에 혼수품의 하나로 유행한 ‘자개 쌍문갑’ 등이다.

전시장 전경.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자개가 현재 다양한 쓰임으로 변모한 모습도 눈에 띈다. 현대적 감성으로 가구부터 회화와 오브제에 자개로 빛을 새기는 류지안 작가의 ‘OBLIQUE_H01’, 2022 KCDF 공예·디자인 공모 전시 개인 작가 부분에 선정된 석문진 작가가 전통 함의 형태를 따르며 자개 본연의 모습인 색패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제작한 ‘나전의 시작’ 등 48점의 작품은 과거와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 작품들이다.

전시의 끝에 다다르면 나전칠기의 오랜 전통과 가치를 이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다 보면 자개의 문양, 시대적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반짝이는 자개의 아름다움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자개장에 얽힌 에피소드와 자개장 앞 추억의 사진을 연출한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됐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주거환경이 달라져 자개장이 사라졌지만 어릴 때의 추억이 있으니 그 기억을 공유하고자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많은 분들이 서로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자개의 아름다움과 공예의 현대화를 경험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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