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성추문 누명 벗은 케빈 스페이시, 복귀도 가능할까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할리우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무려 6년 간의 실랑이 끝에 모든 누명을 벗는데 성공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미지적으로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던 만큼 배우 활동에 복귀할 수 있을진 의문이 큰 상황이다.
케빈 스페이시는 명실상부 미국을 대표하는 중년 배우 중 하나였다. 1995년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반전의 주인공 로저 버벌 킨트 역을 맡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1999년엔 '아메리칸 뷰티'로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또 2013년부터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을 맡아 넷플릭스 전성기의 시작을 이끌기도 했다.
할리우드 대표 배우의 갑작스러운 몰락
하지만 2017년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했다. 남성을, 그것도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터진 것. 배우 앤서니 랩은 본인이 14살이던 1986년에 케빈 스페이시(당시 26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케빈 스페이시는 30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으나 소용 없었다. 미국은 미성년자 성추행에 있어 무척이나 엄격한 나라인 만큼 거센 질타 여론이 그를 덮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밖에도 다수 피해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 심지어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진 중에서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나타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넷플릭스는 무려 다섯 시즌 동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를 이끌어 온 케빈 스페이시를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여파로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는 사망한 것으로 묘사됐고, 시리즈도 시즌6를 마지막으로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게 됐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 측이 입은 손해는 무려 3900만 달러(한화 약 500억 원). 이에 넷플릭스는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고, 케빈 스페이시는 재판에서 패하며 3100만 달러(배상금 2950만+변호사 비용 150만 달러)를 배상하게 됐다.
케빈 스페이시는 이미 촬영이 완료된 영화에서 잘리기도 했다. 그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올 더 머니'에서 주인공 J. 폴 게티 역을 연기할 예정이었으나 논란 이후 캐스팅이 크리스토퍼 플러머로 교체됐으며, 그의 출연 분량은 모두 폐기 처리됐다. 또 한 넷플릭스 영화는 케빈 스페이시의 하차로 제작 자체가 전면 취소됐다.
사실상 할리우드에서 퇴출된 것과 다름없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설상가상 재판이 길어짐에 따라 케빈 스페이시는 연예계에서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됐다.
6년 만에 밝혀진 진실
그리고 2022년 10월, 무려 5년 만에 앤서니 랩이 재기한 의혹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다. 최종 변론에서 케빈 스페이시 측 변호사는 "앤서니 랩의 주장들은 모두 날조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이유 역시 본인이 인기를 얻고자 함이었다"라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2시간의 심리 끝에 "성추행 당한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 이에 앤소니 랩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평결을 내리며 케빈 스페이시의 손을 들어줬다.
케빈 스페이시는 이 밖에도 남성 4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었으나, 이 역시 이듬해 해결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런던 서더크 형사법원에서 배심원단은 12시간 넘는 심의 끝에 케빈 스페이시의 9개 성범죄 혐의에 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무려 6년 만에 모든 누명을 벗은 케빈 스페이시는 눈물을 흘리며 변호사와 매니저를 끌어안았고 "모든 증거와 사실을 주의 깊게 검토해 준 배심원단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아직 처리할 일은 많은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덧붙였다.
복귀 가능성은?
이처럼 케빈 스페이시는 긴 법정 공방 끝에 자신의 명예를 되찾는 데 성공했으나, 배우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물론 지난해 독립 영화 '신을 그린 남자'에 깜짝 출연하긴 했지만, 케빈 스페이시를 대형 작품에 캐스팅하기엔 여전히 리스크가 높기 때문. 영국 스카이뉴스 등 현지 매체들도 "케빈 스페이시가 과거의 커리어를 회복하기까진 오랜 노력이 필요로 해 보인다"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연 연기력만으로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발돋움한 케빈 스페이시가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잃어버린 명예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카지노 잭']
케빈 스페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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