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 한국의집 현판이 바뀐 사연은…‘기억으로 다시 짓는 한국의집’ 출간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7. 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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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부 관저와 미군정 관저 역할
한국의집 기록 좇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친일잔재 흔적 발견
이완용의 ‘문향루’를 ‘우금헌’으로
한국문화재재단이 위탁관리하며
전통음식과 전통혼례 대중화 본산
1959년 한국의집 양관 입구 (사진=국가기록원)
외국인 관광객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한국의 맛을 즐기고 종종 국악공연도 누리는 명소 한국의집(퇴계로36길). 조선 전기 사육신 중 한명인 박팽년(1417~1456) 집터 위에 세워진 이곳은 일제강점기에서 미군정을 거쳐 1981년 한국의 집으로 국민에게 돌아왔다.

한국의집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이곳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책 ‘기억과 기록으로 다시 짓는 한국의집’을 출간했다.

일찍이 ‘남산 딸각발이’로 유명한 남촌 일대는 가난한 선비들이 주로 머물던 곳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촌이 형성되면서 이 공간은 조선총독부 2인자인 정무총감의 관저로 사용됐다. 한국의집은 해방의 역사를 내딛는 첫번째 장소가 됐다. 1945년 엔도 류사쿠 정무총감은 여운형 선생을 관저로 불러 치안과 질서 유지를 담보로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한미군정청이 관리하면서 숙소 겸 미군 위락시설로 활용하고 ‘코리아 하우스’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관저를 사용한 미8군사령관 중에 제임스 밴 플리트 (1892~1992)장군도 있다. 그는 한국에 육군사관학교를 설립하고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를 설립해 한국 재건과 문화 사업에 큰 공적을 남겼다. 대한민국과 미국 관계에 크게 기여한 인물에 수여하는 상에 그의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이 공간은 전쟁후 영빈관과 한국문화체험시설로 활용되다가 1957년 대대적 개보수를 진행해 한국 전통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는 장소로 자리잡았으나 당시 한국 전통양식과 서양식, 일본식이 혼합된 건축물 형태여서 결국 1979년 문향루(현 우금헌)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한국 전통 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 1981년 2월 재개관해 국민 모두 이용하는 공간이 됐다.

한국의집 현판 변경전 문향각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 현판 변경후 우금헌 한국문화재재단
이 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건물인 문향루의 유래를 발견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공동저자 중 한명인 오일환 아르고인문사회연구소 대표연구위원은 ‘문향루’의 원래 이름은 일제강점기 정무총감인 미즈노 렌타로 관저 내에 있던 문향각에서 유래했다.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이 미즈노 총감을 찬미하기 위해 만든 명칭이라는 기록이 1934년 12월 경성일보와 미즈노의 회고록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친일 잔재 자료를 확인한 후 ‘문향루(聞香樓)’현판을 떼고 거문고를 벗하는 집을 뜻하는 ‘우금헌(友琴軒)’으로 바꿔달았다. 박팽년의 호인 취금헌에서 거문고 금을 따고 벗우를 더해서 원래 집터의 주인이자 목숨으로 지조와 절개를 지켜낸 박팽년 뜻을 기리고 오욕의 역사를 정갈하게 씻어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문화재재단이 1980년 위탁관리를 맡은 한국의집은 외국인 전용공간에서 탈피해 1981년 재개관후 궁중음식과 전통혼례 등의 계발 보급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집 민속극장은 국악계 사관학교로 홍금산, 국수호 등 당대 최고 무용가들이 예술단 단장을 맡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매일 전통예술공연이 펼쳐졌던 곳이지만, 이제는 상설공연을 중단하고 외부 공연을 확대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의집 문화상품관 카페 ‘사랑’에서 2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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