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승절' 참석한 러시아… 무기 받고 정제유·식량 지원?

북러 국방장관회담 "친선 강화 및 전투적 협조 확대"
김정은, 러 국방장관과 함께 무기 전시회 참관 '눈길'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제70주년을 계기로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지속 제기돼왔던 북러 간 '무기 거래' 의혹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단 판단에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기념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지난 25일 북한 평양에 도착, 26일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회담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러 국방당국 간 협력 강화 의사를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또한 27일자에서 이번 북러 국방장관회담 소식을 전하며 △전략적·전통적 친선관계 강화 △양측 군대 간의 전투적 우의·협조 확대 및 발전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완전한 견해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6일 쇼이구 장관과 함께 올해 전승절을 계기로 북한 국방성이 주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 현장을 찾아 그간 북한이 개발해온 각종 신형 무기체계를 둘러보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6일 '무장장비전시회장'을 찾았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러 양측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이번 북한 방문에 '전승절 축하'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러시아 국방장관을 상대로 '무기 세일즈'에 나선 듯한 모습이 연출됐단 점에서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로켓포 등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지원했단 의심을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올 1월엔 관련 정황이 담긴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러 양측 모두 이 같은 '무기 거래'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 등에 필요한 기술 지원을 받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고체연료 추진방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에서 러시아제 무기와의 유사성이 확인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미사일 기술 제공 등은 러시아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그보다는 북한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인 정제유 공급에 러시아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러 국방장관회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위해 지난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서 북한이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정제유 규모를 50만배럴(약 7만톤)로 제한했다.

북한은 이 같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간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불법 환적 방식으로 연간 수입 상한선 이상의 정제유를 밀반입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그간 북한 내부적으로 '폐유 재활용' 등을 강조해온 사실에 비춰볼 때 그 부족분을 채우기엔 쉽지 않은 형편인 것으로 추정다.

이외에도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에 따른 원조도 북한이 대(對)러시아 무기 공급에 따른 '반대 급부'로 요구할 수 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북한과의 무기거래 또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들여온다면 당국 간 직접 거래보다는 민간군사기업 등이 중간에 개입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 정부도 앞서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을 북한의 무기 판매대상으로 지목한 적이 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