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변까지 왔니···호주서 또 파일럿고래 집단 폐사
좌초 전 심장 모양으로 군집 ‘이례적’ 행동
야생동물 전문가 “포식자 피한 것은 아냐”
호주 남부 해안가에서 고래가 집단 폐사해 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WA)주 체인스 해안에서 파일럿고래 무리가 좌초돼 이날 오전까지 50마리 이상 죽은 채 발견됐다. 자원봉사자와 연구자 등은 살아 있는 46마리 가량을 구하기 위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파일럿고래의 무게는 약 1000kg이며 길이는 최대 4m에 달한다.
고래가 집단 폐사한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지만, 이번 사례는 다소 특이하다고 주정부는 밝혔다. 독특했던 이유는 파일럿고래 무리가 좌초되기 전에 해변과 약 150m 떨어진 바다에서 심장 모양으로 동그랗게 모여있던 장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리스 위트비 WA주 환경장관은 “호주 전역에 있는 연구자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그들이 대량 좌초를 연구한 동료들과 논의한 결과, ‘이러한 장면은 본 적이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례적 행동의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조슈아 스미스 머독대 해양생물학 교수는 “파일럿고래는 긴밀한 사회관계망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함께 붙어 있는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 전문가 바네사 피로타 매쿼리대학 교수는 “고래가 한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있으면서 때때로 주위를 둘러봤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을 분석해보니 “고래가 아팠거나 방향 감각을 잃었을 수는 있지만, 포식자를 피하려고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당국은 자원봉사자 70여명과 정부 기관 직원 90여명을 동원해 고래 구출 작업을 진행했다. 개중에는 간신히 숨소리를 내는 어린 개체와, 물에 떠있기 위해 애쓰는 성체도 있었다고 구조 인력들은 전했다. 이들은 바닷물에 직접 들어가 고래 옆에 붙어서 고래가 물에서 뒤집히지 않고 숨구멍이 하늘을 향할 수 있도록 받치고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고래를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추웠고, 가만히 서 있기가 힘들었다. 모두 좋은 가능성만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죽은 고래를) 데려가는 것을 보는 데 정말 힘들었다. 물 속에서 구조 작업을 할 때는 희망을 느끼기도 했다. 어미와 새끼를 돌보러 물에 들어갔는데, 어미가 자꾸 몸이 뒤집히려 했다”고 말했다.
가망이 없는 고래는 안락사에 처해졌으며 사체는 매립지로 향했다. 구조 작업이 종료된 후 살아남은 개체는 바다로 다시 돌아갔다.
연구진은 사체에서 지방과 혈액 등 샘플을 채취해 좌초 원인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번에 폐사가 발생한 체인스 해안은 5~10월 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찾는 지역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호주에서는 좌초로 인한 고래 집단 폐사가 종종 발생했다. WA주에서 1996년 파일럿고래 32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2018년 호주 서부 퍼스에서 130마리 이상이 폐사하기도 했다. 2020년엔 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섬에서 파일럿고래 380여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뉴질랜드에서도 지난해 채텀제도 해안에서 파일럿고래 350여마리가 죽었다.
고래가 집단으로 죽는 이유를 둘러싸고 여러 설명이 제기된 바 있다. 우선 집단생활을 하는 고래들이 먹이를 찾아 해변까지 너무 깊숙하게 접근했다가 모래톱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심해 선박이 내보내는 수중 음파 탐지기 소음이 고래의 착각을 유도한다고 보기도 한다. 피로타 교수는 “인간은 바닷속에서 훨씬 더 시끄럽다. 이 소리는 동물을 방해할 수 있다”고 ABC뉴스에 밝혔다.
올라프 메이넥 그리피스대 연구원은 무리를 향한 고래의 정서적 유대감이 집단 좌초의 배경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대부분의 고래는 해안에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그렇지만 파일럿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정서적인 동물이다. 동료와 친구, 가족을 향한 이들의 정서적 유대감이 결과에 무관하게 이들을 희생하게 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이끌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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