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박완수 또 국회로…여야 정쟁에 길 잃은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청 반대는 국민 염원 정면 반대하는 일, 도민 크게 우려 실망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안건조정위, '충청권' 민주당 찬성해야 통과
입법 안 된 우주항공청 300명 내외 규모 기본 골격 나와
박완수 경남지사는 야당 불참에 따라 '반쪽' 회의로 2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도민들이 크게 우려하고 실망하고 있다"며 우주항공청 특별법 심의 지연에 따른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박 지사는 "우주항공청 설치는 국가 발전 전략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요건"이라며 "이것을 반대하는 것은 우주강국 실현을 가로막는 일이고, 국민의 염원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지사와 박동식 사천시장은 우주항공청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 촉구하고자 이날 과방위를 찾았다. 과방위 파행으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특별법의 처리 과정을 마냥 지켜볼 수만 있기에는 답답하기 때문이다.
뭐라도 해야 할 만큼 우주항공청의 연내 사천 개청을 위한 남겨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국회로 출동해 여야 의원을 만나 협조를 당부한 이후 16일 만에 다시 상경했지만,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의원 모두 불참했다.
박 지사는 "우주항공청 설치는 온 국민의 바람이고, 경남은 항공 분야 생산액의 70%, 우주분야는 40% 이상을 책임지는 항공우주산업 집적지이자 생산의 중심지"라며 "우주항공산업 인프라가 밀집해 국립우주센터가 설치된 프랑스 남부 툴루즈시는 경남 사천 지역과 매우 흡사하다"며 산업적 측면에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우주항공청의 개청 준비 상황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지사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와 본청사 후보지를 선정하고, 정주 여건을 확립하고자 우주항공 복합도시 조성 관련 연구용역도 하고, 이를 전담할 추진단 설치도 관련 부서와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저를 비롯한 경남의 기관장과 관계자들은 특별법 통과를 위해 수없이 국회를 방문해 설명드리고 협조를 구했다"며 "이런 노력에도 수개월째 상임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박동식 사천시장도 "특별법 심의가 지연되고 있어 국민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이라는 우주 전담조직을 가질 기회를 맞았고 여야 정치권도 동의하고 있다"면서 "뉴스페이스 시대라는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고 대한민국 우주 미래를 위해 대승적 판단을 바란다"며 특별법의 조속한 의결을 요청했다.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과기부 산하 외청으로 설립하려 하지만 민주당은 부처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를 설립해야 한다며 대체 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 지사는 "우주항공 업무를 힘 있게 추진하려면 정부 안이 적합하다"고 했다.
박 지사는 이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나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과방위가 열리는 동안 국회 본관 앞에서는 '우주항공청 특별법 조기 제정 경남도민 대회'가 열렸다. 재경 경남도민회장과 사천시의회 의장 등 도민 250여 명이 "우주항공청을 정쟁과 타협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촉구하며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김진부 의장 등 도의회 대표단도 전날 국회에서 "우주항공청 설치가 정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연 뒤 국회의장실과 부의장실, 여야 원내대표실 등을 돌며 건의안을 전달하는 등 경남 정치계·상공계 등 모두가 특별법 통과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후 3개월이 넘도록 진전이 없는 특별법은 이제 민주당의 바람대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다뤄진다. 안건조정위는 이견 조정이 필요할 때 설치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한다. 민주당 3명·국민의힘 2명·무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정부와 경남도의 기대와 달리 우주항공청의 연내 사천 개청 불씨는 점점 꺼져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제대로 된 우주항공청'을 만들겠다며 우주전략본부설치법 등 대체 법안까지 내놓은 상태여서 심도 있는 논의가 최장 90일까지 길어지면 길수록 연내 개청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어 신속한 처리를 하려면 민주당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안건조정위의 민주당 3명이 모두 충청권으로, 이들이 연내 사천 개청의 열쇠를 쥐게 됐다. 충청권에서는 여전히 대전에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월 안에 특별법 통과가 안 된다면 연내 개청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통과에 위원장직을 건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민주당이 방송법 강행 처리를 위해 안건조정위를 만들었을 때는 단 170분 만에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며 특별법을 국정 발목잡기로 악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한편, 입법도 안 됐지만 정부는 우주항공청의 기본 골격을 이날 처음 공개됐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우주항공청이 사무국 기능을 수행한다.
청장·차장·본부장을 두고 발사체 부문, 우주과학·탐사 부문, 인공위성 부문, 첨단항공 부문, 우주항공정책 부문, 우주항공 비즈니스 부문, 우주항공 국제협력 부문 등 300명 내외 규모로 출발한다.
항우연, 천문연 등 우주항공 전담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기존 과기부 소속 그대로 두는 대신 미국 항공우주국(NASA) 모델을 적용해 주요 임무에 특화된 임무센터로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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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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