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인’ 대법원서 결과 뒤집혀…“의문 남아 유죄 단정 어렵다”

홍인석 기자 2023. 7. 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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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원액을 섞은 미숫가루와 음료 등을 남편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다시 재판받는다.

A씨는 2021년 5월 26일과 27일 남편 B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 등을 마시게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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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 니코틴 원액 섞은 미숫가루·물 등 건네 살해한 혐의
1심·2심서 징역 30년 선고…물 등 사인으로 인정
대법원 “공소사실 증명하기 부족…추가 심리 필요”
대법원 청사./뉴스1

니코틴 원액을 섞은 미숫가루와 음료 등을 남편에게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이 다시 재판받는다. 대법원은 유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인 증거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며 “추가로 심리할 수 있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간 떠들썩하게 한 ‘니코틴 살인’

A씨는 2021년 5월 26일과 27일 남편 B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 등을 마시게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21년 5월 26일 아침 A씨가 건네준 미숫가루를 마시고 답답함을 느끼다 회사에서 조퇴하고 귀가했고, A씨는 남편에게 흰죽을 먹였다. 남편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A씨가 한 차례 더 B씨에게 건넨 니코틴이 함유된 찬물을 마시고 사망했다.

당시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B씨 사인으로 ‘급성 니코틴 중독’을 꼽았다. 그는 “B씨가 응급실에 다녀온 뒤 A씨가 준 물을 마신 직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내연남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B씨 재산과 사망보험금 등을 취득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A씨 “니코틴 원액 넣지 않았다” 항변…1·2심, 징역 30년 선고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음료나 흰죽,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넣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살해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실수로 니코틴 원액을 복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 주장에도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므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은 배제된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A씨가 B씨를 살해했을 가능성만 남고 B씨의 극단 선택, 제3자에 의한 타살, 사고로 인한 니코틴 원액 음용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2심은 살인 공소사실 가운데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게 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미숫가루와 흰죽에 니코틴 원액이 섞였더라도 치사량에 이르지 않는다는 의대 교수의 증언과 함께 미숫가루와 함께 먹은 햄버거가 식중독을 일으켜 통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마지막 음식물인 물에 니코틴이 함유됐을 것으로 보고 징역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숨지기 직전에 섭취한 것은 A씨가 건넨 찬물밖에 없으므로 사인의 원인을 찾자면 마지막으로 마신 찬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 “합리적 의심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원심 파기

하급심과 달리 대법원은 A씨의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심에서 인정한 간접증거는 피해자 부검 결과와 감정의견 밖에 없는 만큼 공소사실을 증명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감정의견서는 ‘부검 결과 치사 농도에 해당하는 니코틴이 검출돼 피해자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 증상이 호전된 뒤 피해자 니코틴 음용 정황은 피고인이 건네준 찬물 한 컵을 마실 때밖에 없다’고 기록돼 있다.

대법원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나 감정의견 등이 ‘피고인이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피해자로 하여금 마시게 했다’는 공소사실을 증명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에게 찬물을 준 후 밝혀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피해자가 니코틴을 음용하게 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컵 용량과 물의 양, 피고인이 넣은 니코틴 원액의 농도와 양 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이 계획적이고 범행 상대가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 유발 동기가 존재해야 한다”며 “내연관계 유지나 경제적 목적이 살인 동기가 됐다고 볼 정도인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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