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설현상 ‘동영상 기록’, 부실공사 차단 묘수될까... “예방 보단 책임 규명에 방점”

이미호 기자 2023. 7. 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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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과거 ‘시공참여제 논란’ 등 부침 겪어
중견 건설사, 부담↑... “비용 및 인력 운용 고심”

오세훈 서울시장이 건설 현장 부실 공사 근절을 위한 방책으로 ‘민간 건설사 동영상 기록관리’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 안팎에선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현장 시공과정에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한 기록관리가 철근 상실이나 타설 부실 등을 온전히 잡아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 3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 관계자들이 정비사업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뉴스1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5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동영상 기록관리 건설사 교육’에 나섰다. 총 64개 건설사의 임원과 현장소장 등 약 27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기록관리는 오 시장이 동대문구 이문3구역 현장방문에서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서울시가 관련 법과 제도 정비에 시동을 건 때는 작년 10월이다. 당시 국토교통부에 사진·동영상 촬영 대상을 모든 건축허가 건축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건의했다.

현재 민간 공사장은 건축법 제24조(건축시공), 제18조의2, 제19조와 건축공사 감리세부기준(국토부 고시) 등에 따라 다중이용건축물(5000㎡ 이상, 16층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한해서만 동영상 촬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촬영 범위도 지상 5개 층마다 슬라브 배근(기초공사 철근배치) 완료 시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서울시는 모든 민간 건축물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밝힌 동영상 기록 및 관리의 주요 목적은 ▲설계도면을 그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작업 방법 및 순서를 지키고 있는지 ▲안전규정을 준수하며 시공하고 있는지 등이다.

따라서 모든 공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해서 남기면, 추후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부실을 입증하고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감리직원이 모든 건설현장마다 상주하며 매 순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 시장이 ‘동영상 관리’라는 카드를 내민 배경에는 과거 건설업계의 부침과 관련이 있다. 부실사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여러가지 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996년 서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정부는 부실 방지대책의 하나로 시공참여자제도(시참제)를 도입했다. 전문건설업체(하수급인)가 건설현장 팀장(시공참여자)에게 도급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인데, ‘공사실명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른바 ‘십장(건설 현장 작업반장)’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해 공종별 시공을 맡겨 부실을 줄이고 책임을 높이기 위한 취지였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건설업자가 아닌데도 도급을 받아 하도급을 주는 편법이 발생했다. 결국 부실시공과 임금체불의 도구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2008년 폐지됐다.

이에 동영상 기록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공참여자제도 도입과 폐지 이후 하도급업체가 모든 일용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지금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책임소재 규명과 관련해 그간 숱한 논란이 있었다”면서 “모든 촬영기록을 보존만 하더라도 사고발생시 사고원인과 과실책임소재를 규명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업과정이 기록된다고 현장작업자들이 인지한다면 작업 품질에 신경 쓸 여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공사현장 어딜가나 CCTV가 있다고 인지되면 아무래도 공정 하나하나 더욱 신경쓰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동영상 기록 대상의 범위와 운영기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CCTV 추가 설치에 따른 비용 문제와 안전 관련 인력 운용 등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에 비해 중견 건설사들의 부담감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2년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CCTV 설치가 대폭 늘었는데, 사실상 켜두지 않고 있는 곳들도 많다. 설치와 운영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CCTV를 한 곳에서 보는 중앙관리통제시스템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 작은 건설사는 CCTV를 설치해도 운영 이슈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아파트 10개동이라고 하면 5개층마다 1개씩만 둬도 몇개냐. 그것을 보고 관리할 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 건설 말고 발주를 받아 올리는 건물의 경우 CCTV를 설치하면 설계변경(공사비 증액)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비용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연 CCTV 기록이 콘크리트 타설 부실이나 철근 빼먹기 등 부정 행위를 잡아낼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콘크리트 타설도 레미콘사에서 미리 해오는데다, 철근을 옮기거나 시공하는 장면만 가지고 부정 여부를 따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공사를 줄이는데 동참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솔직히 정부당국이 ‘감리도 이젠 못 믿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예방 보다는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가리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우스개소리로 CCTV 영상기록분을 다 보관하려면 데이터센터를 몇개 더 지어야 하는거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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