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애미 없는 XX” 정지선 넘은 오토바이 촬영하다 욕들은 로스쿨생…모욕·협박 벌금 100만원 물려

모욕·협박·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고소

유튜브 영상 캡처

 
교통법규를 어긴 배달원이 자신을 촬영하는 시민을 발견하곤 위협을 가하다 되레 협박죄 등으로 벌금 100만원을 물었다.

교통법규 위반 배달원을 고발하는 유튜브 ‘딸배(배달원을 낮춰 부르는 말)헌터’에 26일 ‘신림동 배달원의 협박…죽여버린다네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 A씨는 지난해 6월8일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정지선을 넘어 신호 대기 중이던 배달원 B씨를 촬영했다.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걸 알아챈 B씨가 방향을 바꿔 A씨에게 다가온 뒤 오토바이에서 내려 “신고해라. 거지같은 XX”, “애비 애미 없는 XX”, “부숴버리기 전에 카메라를 내려라” 등 욕설을 했고, A씨가 촬영은 멈추지 않자 더 다가와 손으로 밀쳤다.

 
이후 A씨는 배달원 B씨를 협박과 모욕,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영상과 B씨의 폭언이 담긴 녹취를 증거로 제출했다.

경찰은 B씨에게 협박죄과 모욕죄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고,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은 “피의자(B씨)는 촬영을 제지하려 했을 뿐 공익신고를 방해할 의도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검찰에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5조 1항에 ‘(공익신고를 하려는 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피고소인이 가한 모욕과 협박은 ‘불이익 조치’의 정도를 초과하는 행위”라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B씨에게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시켰다.

검찰은 “피고인이 자신의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신고하려는 피해자를 협박해 공익신고를 못하도록 방해했다”며 벌금 10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내렸다.

 
유튜브 영상 말미에는 “난폭운전 배달원을 소탕했다는 소문에 신림동 다른 배달원들도 전해져 교통법규를 더 잘 지킨다”면서 배달원들이 한 횡단보도에서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직접 끌고 건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부 누리꾼은 “지자체 공무원, 경찰, 판검사들이 못하는 일을 한 개인이 동네를 바꿔 놓은 것에 박수를 보낸다”는 맥락의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일부는 “내 앞에서 저런 식으로 촬영했으면 정말 화나서 그 자리에서 카메라 박살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지금이라도 법규 준수하는 기사님들 더운데 고생 많다”며 “힘내시고 앞으로도 본인을 위해서라도 교통법규 지키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