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가이드적용 사실상 3분기부터 "시간 벌었다"

/사진=머니투데이DB

말 많고 탈 많은 IFRS17(새국제회계기준) 가이드라인 적용 방법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최종 방침이 정해졌다. 대세인 전진법이 기본원칙이다. 소급법 적용을 주장했던 보험사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본격적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시기가 2분기 아닌 3분기여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27일 이명순 수석부원장 주재로 보험회사 CEO(최고경영자)와 생명·손해보험협회장 및 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들과 설명회를 열고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회계처리 방안 및 가이드라인별 적용시기 및 향후 계획'을 안내했다.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계변경 효과의 전진 또는 소급 적용과 관련해 전진 적용이 원칙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전진법과 소급법 모두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업체간 비교가능성을 고려해 전진법이 일괄 적용되길 원했다. 이날 설명회를 통해 '전진법 원칙'이 공식화됐다.

다만 일부 보험사가 올해말까지 조건부 소급법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전진법 수치를 주석으로 공시하고 미래가치를 나타내는 CSM(계약서비스마진)은 소급적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보험업계는 가이드라인을 전진법으로 적용했을 때 CSM과 순익 모두 크게 감소하는 일부 손보사들의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기 취해진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IFRS17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IFRS17을 악용해 낙관적인 전망을 기초로 보험사들이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적용 시기가 문제가 됐다.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 내용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의 내용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전진법과 이전 회계결과까지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소급법을 두고 보험사간 이견이 있었다.

대부분 보험사는 전진법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반면 일부 손보사는 소급법 적용을 추진했다. 전진법을 적용하면 순이익과 미래가치를 나타내는 CSM(계약서비스마진)이 1분기와 비교해 줄 수 밖에 없는 회사들이 존재했다.

소급법을 주장한 손보사들 대부분은 결국 당국의 가이드라인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전진법 원칙을 수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곳도 있다"며 "사실상 가이드라인 적용도 3분기부터라는 설명이 있어 시간은 다소 번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 자체가 업계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된 IFRS17에 너무 많은 간섭이 제기되고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름만 가이드라인일 뿐 사실상 정책이 발표됐다"며 "이런 논의는 제도 시행 전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