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도 없었다” 주호민에 고소당한 특수교사 경위서 보니
웹툰 작가 주호민(41·사진)씨가 자신의 자폐 아들이 학교에서 학대를 당했다며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고소한 가운데 동료 교사들은 해당 교사가 작성한 사건 경위서를 공개했다.
27일 자신을 특수학급 교사라고 밝힌 네티즌 A씨가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주씨에게 고소당한 특수학급 교사가 작성한 경위서를 게재했다.
글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9월5일 통합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수업 도중 주씨의 아들 B군이 갑자기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그 여학생은 큰 충격을 받아 등교를 거부하고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가 됐다.
특수교사 A씨는 “피해 여학생 학부모가 강제전학, 분리조치를 원했는데 해당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통합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사건 후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가 열렸고 회의에서는 특수교사의 지원 시간을 최대한 B군에게 배정하고 전교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자는 방안이 채택되며 사건이 마무리됐다.
주씨가 문제 삼은 녹취 속 사건은 그해 9월13일 발생했다. A씨는 “‘부메랑’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학습 동영상을 집중해 볼 수 있도록 강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받침이 들어간 받아쓰기 급수 교재 10문장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라는 표현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업 중 피해 학생에게 바지를 내린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과 함께 추가로 ‘이 행동 때문에 B학생은 친구들을 못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하지만 이는 학생에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한 것일 뿐,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었음을 맹세한다”라고 강조했다.
경위서에는 기소 내용도 담겨 있다. A씨는 기소된 내용에 관해 “녹취가 됐던 날에 B학생은 특수 학급 수업 시간에 앞 강당에서 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수업 중에 교실 밖으로 자꾸 나가려고 했다. 특수교사는 그런 B학생을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수업 중 교실을 나갈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단호한 어조로 나갈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학생에게 안 됨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검찰에 기소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학생에게 한 말들은 ‘너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알아?’ 등의 표현이었다. 교실로 가려는 학생을 말리면서 반복적으로 학생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B학생을 학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학생의 교출을 막아 학교 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교출이란 학생의 무단이탈을 뜻한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상황도 담았다. 그는 “9월 18일 일요일에 B학생의 부모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특수교사와 면담 일정을 잡았으나 학생의 부모님께서 다시 이를 취소했다. 19일 담임선생님께서 B학생의 부모님과 통화 중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됐다는 말을 전달받았다. 추후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21일 경찰 통보로 신고 사실을 알게 됐고 11월 21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12월 15일 녹음기에 녹음되지 않은 앞뒤 상황들은 모두 무시한 채, 특수교사는 정서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12월 27일 검사의 수사를 거쳐 불구속 처분을 받고 현재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후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격앙된 표현을 쓴 것을 자책하면서도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하소연했다. 또 아이들 곁으로, 교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제가 했던 말에서 다소 과장되거나 반복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저도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인지라, 학교폭력으로 처리해야 하는 모든 사안들을 특수교사 개인이 오롯이 떠안고 처리하는 과정 속에서 순간적으로 지친 마음이 들었다”라며 “교사는 어떤 상황이라도 평정심을 잊지 않고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계실지도, 저를 이해하지 못 하실지도 모르겠다. 순간 격양된 표현을 사용하여 학생을 지도했던 그때 상황이 속상하고 사건의 처리과정 속에 지쳐버린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학교폭력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도 휠씬 더 힘들고 버거운 과정들이었다. 그럼에도 볼구하고 이 과정들을 교사로서 잘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것은 B학생이 그만큼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 이 순간도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제발 도와주시길 간청 드린다”고 부탁했다.
이번 사건은 경기 용인시의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지난해 9월 주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알려졌다. 이에 주씨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다”며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주씨는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신과 함께’의 동명 원작 웹툰의 작가다. 김태호 PD의 ‘무한도전’, 나영석 PD의 ‘그림형제’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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