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비밀병기 'P5' 2분기 성장 이끌었다
"IRA 대비, 전고체 배터리 준비도 계획대로"
삼성SDI가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로 중대형 배터리 사업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미 지역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빠르게 개발하고, 미래 배터리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P5' 타고 성장세 이어갔다
삼성SDI는 2분기 매출 5조8406억원, 영업이익 4502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동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23.2%, 4.9% 증가한 수준이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도 18.7% 증가한 48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SDI가 오는 2분기 매출 5조7615억원, 영업이익 4596억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호실적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SDI에 따르면 전방 시장 부진으로 원형전지 등 소형전지와 전자재료 사업 부문은 실적이 하락했지만, 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중대형 배터리 사업은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김종성 삼성SD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해 상반기는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주요 국가들의 친환경 정책이 확대되고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이 가속화됐다"며 "덕분에 삼성SDI는 자동차용 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견조한 상반기 성적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SDI 전지 사업은 매출 5조2701억원, 영업이익 38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29.4%, 58.5% 증가한 수치다.
전지 사업 성장 중심엔 삼성SDI의 프리미엄 제품 'P5'가 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2분기 중대형전지는 당사의 P5 배터리를 탑재한 주요 고객사들의 프리미엄 제품의 견조한 판매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 및 이익이 증가했다"며 "P5 배터리는 각형 전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며 향후 실적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소형전지사업부는 부진을 이어갔다. 주택시장 침체로 전동공구용 배터리 등 소형 배터리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다. 파우치형 배터리 역시 전방 IT 수요 둔화로 매출이 하락했다. 삼성SDI는 E바이크, E스쿠터 등 소형 전기모빌리티 배터리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영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E바이크와 E스쿠터는 동서남아시아의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매년 약 2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당사는 각 소형 전기모빌리티 특성에 맞는 전용 셀을 개발해 지속 판매를 추진하고 동서남아시아 현지 거점 및 조직을 준비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인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재료 부문도 부진이 지속됐다. 2분기 전자재료 사업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05억원, 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66.3%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경기 침체로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전방 산업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다.
김상균 삼성SDI 전자재료부문 부사장은 "상반기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 산업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졌고 전자재료 부문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하반기엔 주요 고객들의 재고 정상화와 더불어 대화면 TV 수요 회복, 반도체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미래 준비도 순조롭게
삼성SDI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지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미국에 2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34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두 회사는 지난해 5월 미국 인디애나주에 25억달러(약 3조1777억원)를 투자해 33GWh 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도 손을 잡았다. 삼성SDI와 GM은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연산 30GWh 이상의 배터리 공장을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7년 삼성SDI의 미국 내 배터리 셀 총생산량은 97GWh 이상이 된다.
IRA에서 규정한 핵심 광물 규정도 충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북미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 비율은 오는 2027년까지 매년 10%씩 상승한다. 삼성SDI는 주요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조건을 충족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삼성SDI는 2023년과 2024년 핵심 광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튬을 중심으로 호주 등 미국 FTA 국가산 광물을 사용해 조건을 충족할 예정이다"라며 "2025년부터는 외국 우려 집단의 광물 사용이 전면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에 주요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통해 조건을 충족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SDI는 셀 모듈 공정의 현지화는 물론 셀·모듈 부품, 분리막, 전해액 등 주요 부품에 대한 구체적인 현지 진출 일정 계획을 파트너사들과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미래 배터리 기술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준비도 계획대로 준비 중이다.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삼성SDI는 현재 수원캠퍼스 R&D센터 내에 마련된 파일럿 라인에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완성차 업체들에 제공할 샘플 제품을 제작해 공급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손 부사장은 "삼성SDI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완전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최고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온전도도가 가장 높은 황화물계 기술을 채택해 차별화했다"며 "또 니켈 함유량을 94%까지 늘린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양극재와 실버카본 음극재 기술을 적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고객명을 밝힐 순 없지만 2027년 양산 일정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했고 복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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