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바람 불어 조명대가 쓰러져도 욕 먹어"…'촬영장 욕받이'로 보낸 무명시절, "열정 넘쳐 억울하지 않아"

이정혁 2023. 7. 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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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tvN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바람이 불어 조명대가 쓰러져도 욕을 먹었다. 난 항상 타깃이었다."

최고의 '믿보배'이자 시청률 보증수표인 남궁민이 '촬영장 욕받이'로 보냈던 오랜 무명시절을 떠올렸다.

지난 26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해결사'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남궁민이 출연해 MC 유재석, 조세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유재석은 남궁민에 대해 "소문난 노력파"라고 소개했다.

평소 대본 책이 새까매질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고 습하는 것으로 유명한 남궁민은 "대사는 글로 나와있지 않나. 글을 자꾸만 보다 보면 그 대사가 어떤 페이지 어디 있었는지 저도 모르게 기억이 되더라"라며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해야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
사진 출처=tvN

안 하고 나가서 잘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연습을 열심히 해가면 저절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MC 조세호가 "NG도 잘 안 내실 것 같다"고 하자 남궁민 "안 내는 편"이라면서도 과거 윤여정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던 일화를 떠올렸다.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 출연했을 당시, 화내는 신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한 대사만 외웠는데 갑자기 말이 딱 막혔다는 것. "윤여정 선생님이 쿨하시다. '너 대사를 많이 안 외워 와서 그래'라고 하시고는 가셨다"며 "그래서 그다음 일주일 동안 '이 대사만 보는 게 뭔지 보여주겠다. 이래서도 안 되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눈 감고도 외우고, 밥 먹을 때도 외우고, 죽기 살기로 외웠다"고 말했다.

이후 촬영장에서 대사를 술술 떠올린 남궁민을 본 윤여정은 "그래, 연기 이렇게 해야지"라고 칭찬했다고.

사진 출처=tvN

올해로 데뷔 24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배우고, 자타공인 알아주는 연기파에 흥행 보증수표지만 남궁민에게도 아픈 시절은 있었다.

열정이 넘쳤던 신인 시절에 대해 "촬영장에서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아도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를 테면 바람이 불어서 조명대가 쓰러졌는데 그걸로 욕을 먹었다. 모든 NG의 근원이 나였다. 그땐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이 세 가지 말을 계속했다. 난 항상 타깃이었다"라고 서러웠던 무명시절을 떠올렸다.

이에 유재석은 "'쟤는 그래도 되는 애'가 된 건가"라며 안타까워했고, 남궁민은 "그렇다. 그때 난 열정이 넘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욕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궁민은 중앙대 기계공학과 출신. 공대생에서 배우가 된 그는 공채 탤런트에 지원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지만 꽤 긴 무명시절을 보내야 했다. 무려 15년만에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았던 것.

사진 출처=tvN

오랜 시간 그 사이 '조연' '기대주' '라이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며 "라이징만 하고 거기서 끝이라 답답하기도 했다. 그땐 캐스팅과 오디션만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연기를 하러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좋았다"고 고백했다. 또 "그땐 누군가의 대본을 받아서 그 배우의 연기를 보지 않고 나의 방식대로 연기를 하고 비교, 분석하곤 했다. 그래선지 일이 없어도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연기 열정 하나로 버텼던 무명의 시간을 설명했다.

한편 대기업에 들어가 안정된 생활을 하기를 바랐다는 부모님의 뜻을 어기게 된 계기와 관련, 남궁민은 "인터넷이 없는 시대라 TV에서 공채 개그맨, 탤런트 모집 제안이 떴다. 그걸 보고 제 안의 저도 모르는 뭔가가 (끓어 올라) 어머니에게 '엄마, 나 이거 한 번 지원해 볼까?'라고 했더니, 엄마가 딱 웃는 거다. '내 아들 내가 잘 아는데 너는 이거 할 사람이 아니다. 탤런트 연예인은 되게 대단한 사람들. 너는 그럼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도 상처를 받았어야 되는데 별 생각 없었다. 어머니가 '그래 그럼 추억 삼아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여의도에 갔다"며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연예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 일을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사진 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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