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CJ 심장 저격한 쿠팡, '갑'들의 '갑질 논쟁' 파장은?

류선우 기자 2023. 7.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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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유통업계는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일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올리브영이 화장품 납품업체들에 쿠팡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갑질을 했다는 건데요. 

올리브영은 CJ그룹 승계 작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핵심 계열사로 지금 가장 민감해하는 공정위 이슈를 건드린 것입니다. 

이를 통해 쿠팡이 유통시장 갑질 이슈의 '판을 흔드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류선우 기자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쿠팡이 문제 삼은 게 뭔가요? 

[기자] 

쿠팡에서 CJ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체들에 쿠팡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갑질'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로 인해 쿠팡이 화장품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지난 2019년부터 지금까지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기 어려웠고,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것인데요. 

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체들에 쿠팡에 납품하는 경우 입점 수량 등을 줄이겠다고 협박하거나, 특정 인기 제품은 쿠팡에 납품할 수 없도록 지정하는 등 거래를 방해했다는 게 쿠팡의 주장입니다. 

무엇보다 쿠팡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타이밍이 절묘한데요. 

올리브영은 비슷한 이슈로 다음 달 공정위에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한 승계 작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쿠팡이 CJ의 심장을 공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올리브영, 갑질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죠? 

[기자] 

쿠팡이 열거한 사례들을 포함해 협력사의 쿠팡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는 게 올리브영의 입장입니다. 

이제 막 신고가 접수됐으니, 앞으로 공정위에서 양측의 상반되는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시작할 겁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흘러가는 걸 보면, 갑질을 했다 안 했다가 중요한 게 아닌 듯해요? 

[기자] 

맞습니다. 

이커머스를 대표하는 쿠팡이 올리브영을 자사의 경쟁사로 지목하면서, 올리브영이 공정위와 싸우고 있는 또 다른 갑질 문제의 '핵심 쟁점'에 쿠팡이 끼어든 셈이 됐기 때문입니다. 

거칠게 말해 갑질이 있었다 치더라도 '시장 획정', 즉 시장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데요. 

단순히 거대한 유통업체가 중소업체에 갑질을 했다면 과징금 규모가 최대 5억 원 수준인데, 갑질을 한 기업이 규모만 큰 게 아니라 시장을 50% 이상 점유하는 등 지배적 사업자라면 과징금이 매출액의 6%까지 매겨질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같은 잘못을 했어도 독과점 기업에는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거죠? 

[기자] 

올리브영은 갑질 문제로 공정위 전원회의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열릴 것으로 보이고요. 

앞서 국내 헬스앤뷰티, H&B 시장 후발주자인 GS리테일의 '랄라블라'와 롯데쇼핑이 운영하던 '롭스'는 계속 적자만 쌓다가 사업을 접었는데요. 

올리브영은 자사 납품업체가 랄라블라 등과 손잡지 않도록 방해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전원회의에서 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거래를 방해했다고 보면 과징금은 최대 7천억 원까지 매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요? 

[기자] 

H&B 오프라인 시장으로만 한정하면 일찍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후발주자까지 물리친 올리브영은 압도적 강자가 맞습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과징금을 이미 산정했고요.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 백화점 등 뷰티 제품 판매가 이뤄지는 온오프라인 화장품 유통 시장 전체를 한 시장으로 보게 되면 올리브영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리브영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온라인 사업자 쿠팡의 신고가 올리브영을 도와준 셈이 될 수도 있는 건데요? 

[기자] 

물론 공정위는 이번 쿠팡의 신고 건과 이전 갑질 사안을 병합하지는 않을 예정인데요. 

다만 이르면 다음 달 열릴 전원회의 심리 과정에서 참고는 될 수 있습니다. 

쿠팡 입장에서 보면 이번 신고를 통해 화장품 유통 1위 CJ의 갑질 문제를 부각한 효과는 얻었고요. 

나아가 쿠팡을 겨냥한 다양한 갑질 분쟁에서 '판단 기준'을 제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 또한 CJ와 비슷한 문제로 제재를 받고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면 다시 쿠팡과 CJ의 관계를 놓고 보면 전선이 확대됐어요? 

[기자] 

물류와 식품에 이어 이제 온라인 화장품 시장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습니다. 

쿠팡은 최근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을 마련하는 등 뷰티 시장 공략을 강화해 왔고요. 

올리브영은 지난 2018년 상품을 3시간 안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꾸준히 온라인 시장 파이를 키워왔습니다. 

두 거대 기업이 온라인 뷰티 시장에서 부딪히게 된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던 거죠. 

앞서 쿠팡은 CJ제일제당과는 햇반 납품가를 두고 지난해 말부터 갈등을 빚어왔고, 더 이전부턴 CJ대한통운과 물류 시장에서 치열하게 파이 다툼을 해왔습니다. 

업계에선 이번 이슈로 쿠팡과 CJ그룹 간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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