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어둡고 깊고 쨍한 우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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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칸과 아카데미를 휩쓸고 세계적으로 두꺼운 팬층이 형성된 지금까지도 걸음마 수준의 영역이 있다.
이런 탓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더 문'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첫 번째 한국 에스에프 영화로 꼽힐 만하다.
세 명의 대원들이 도달했던 우주가 영화 '그래비티'의 고요하고 심대한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면 선우가 홀로 도착한 달 표면과 유성우가 쏟아지는 장면 등은 '더 문'만의 신선하고 격렬한 액션 장면의 강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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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칸과 아카데미를 휩쓸고 세계적으로 두꺼운 팬층이 형성된 지금까지도 걸음마 수준의 영역이 있다. 에스에프(SF) 장르다. 최근 ‘정이’, ‘택배기사’ 등 적지 않은 제작비를 탑재한 에스에프 영화와 시리즈 드라마가 시도됐지만 평가는 ‘역시나’였다. 이런 탓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더 문’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첫 번째 한국 에스에프 영화로 꼽힐 만하다.
‘신과 함께’ 1, 2편으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김용화 감독은 “꼭 극장에 가서 봐야 하는 영화”로 ‘더 문’을 만들기 위해 모든 장면을 4케이(K) 해상도로 완성했다.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이는 ‘더 문’의 광활한 우주가 ‘쨍한’ 어둠과 깊이를 보여주는 이유다. 2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대기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해상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다이내믹한 숏을 늘리는 대신 장면 하나하나의 퀄리티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더 문’은 미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달 탐사에 나설 정도로 과학 기술력이 향상된 2029년을 상정한다. 5년 전 우주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대원들을 잃었던 탓에 나로우주센터는 만전을 기해 다시 3명의 대원을 달로 보내지만 태양 흑점 폭발로 발생한 태양풍이 다시 우주선을 덮치며 대원 둘이 목숨을 잃고 막내인 황선우(도경수) 대원만 살아남는다. 황선우는 혼자 힘으로 달을 밟는 위태로운 도전에 성공하지만 유성우가 쏟아지면서 우주선이 망가지고 고립무원의 달 뒷면에 남게 된다.
세 명의 대원들이 도달했던 우주가 영화 ‘그래비티’의 고요하고 심대한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면 선우가 홀로 도착한 달 표면과 유성우가 쏟아지는 장면 등은 ‘더 문’만의 신선하고 격렬한 액션 장면의 강점을 보여준다. 별들이 쏟아지며 달 지면 입자들이 파편처럼 튀면서도 지구 중력의 6분의 1 수준인 달의 중력이 느껴지게 하는 작업은 난이도가 높았을 터.
김 감독은 “유성우가 떨어질 때 달 지면의 충격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게 관건이었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엄두를 못 냈을 텐데 ‘신과 함께’를 찍고 나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각특수효과(VFX)로 완성한 후반 작업에만 1년 반이 걸렸다. 제작비 280억원이 들어 올여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이 들었지만 10년 전 개봉한 ‘그래비티’가 우리 돈 1000억원이 훌쩍 넘는 1억 달러로 만들어졌음을 고려하면 전문 인력들의 ‘갈아 마시는’ 헌신 없이 나오기 힘들었을 결과물이다.
영화 전반부는 우주와 달 표면 유성우의 시각적 쾌감에 집중하는 반면 후반부는 선우를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재국(설경구)과 갖은 악조건 속에 분투하는 선우의 드라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5년 전 실패를 책임지고 옷을 벗었던 전임 우주센터장인 재국은 모두가 희망을 잃은 상황에서도 선우를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더 문’에서 시각효과와 함께 눈길을 끄는 건 배우 도경수의 성장이다. 고립된 설정으로 거의 모든 장면을 좁은 우주선에서 홀로, 때로 여러 개의 와이어를 몸에 부착하고 무중력 상황까지 연기해야 하는 높은 난도임에도 온전히 제 몫을 해낸다. 다만 이야기와 모든 캐릭터가 너무 뜨겁게 흐르며 감정의 고양을 향해 직진으로 달려가는 드라마 흐름이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신파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하다. 다음 달 2일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과 나란히 개봉하며 맞붙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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