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 “정부·여당 학생인권 사냥 멈춰야” 성명

김세훈 기자 2023. 7. 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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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교사가 숨진 채로 발견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5일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최근 정부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두고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비극적 사건을 이용한 학생 인권사냥을 멈추라”고 비판했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 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등 190곳 시민단체는 27일 성명에서 “학생인권은 교육의 기준이자 출발점이지, 마음대로 침해하거나 빼앗아도 될 부록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악·축소 시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주 초등 교사의 사망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 인사들은 학생인권조례와 진보 교육감을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학생인권조례를 가리켜 ‘종북주사파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라는 음모론을 펴기까지 했다”며 “그 비합리적인 태도와 극단적 진영논리에 우려를 넘어 황당함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정부·여당, 일부 교육감 등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축소가 해법인 양 꺼내든 모습은, 비극적 사건을 도구삼아 자신들의 입맛대로 보수적·억압적 교육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인권을 침해할 권력, 학생을 함부로 대하거나 폭력을 써도 된다는 의미의 교권 개념은 더 이상 쓰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추락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들은 “학교붕괴 현상과 현장 교사들의 고충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주장은 기본적 사실관계·인과관계도 틀린 견강부회”라며 “학교붕괴 문제가 불거진 건 1990년대이며, 지역별로 학생인권조례 존재 여부에 따라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학생인권 신장과 (교권이) 인과관계가 없음을 방증한다”고 했다.

또 “교사에게 학생인권을 제한할 권력이 법적으로 주어진다 해서 학생들이 교육에 적극 참여하게 되거나 보호자들이 협력적으로 바뀌진 않는다”며 “오히려 정부는 교사에게 재량권을 줬다는 명분으로 교육활동과 갈등 대처 등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돌리며 방관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 존엄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라며 “초등 교사의 자살이라는 비통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두고, 원인과 문제점을 자세히 진단하지도 않은 채 섣불리 학생들의 인권을 표적 삼는 것은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선 필요한 조치는 교사들이 부당하거나 무리한 민원에 외롭게 대처하지 않도록 학교가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학생인권 사냥을 멈추고, 학교와 교육당국이 교사의 교육활동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 답해야 한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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