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이런 배우가 OTT 시리즈물을 한 편도 안찍었다면…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진서연이 최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에서 송정아 역을 맡아 강한 존재감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겼다.
감정을 집중하며 몰입을 유발시키는 장면이 꽤 많았던 캐릭터였다. 그는 자신이 맡은 정아 캐릭터를 K-장녀라고 했다.
“부모를 잃으면 장남장녀가 동생의 학교까지 책임진다. 나는 그걸 보고 자란 세대다. 한국이 가족을 중시한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을 한 게 제일 큰 것 같다. K-장녀니까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동생을 케어한다기보다는 책임감으로 움직인다.”
‘행복배틀’은 겉으로의 모습과 속으로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묻는 드라마였다. 명품으로 치장한 엄마아빠,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자제들 등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스토리다. 여기서 송정아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행복배틀’속 인물들 대다수가 보여지는 것에 집착한다. 송정아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고, 숨기면서 해결하며 비정상적인 걸로 건재함을 보여주는 ‘행복배틀’ 가담자다.”
진서연은 “송정아는 아무 것도 없는 남편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고, 자신보다 2배나 더 넓은 사무실을 사용하게 한다. 남편을 나보다 위에 있는 멋있는 사람으로 포장한다”면서 “물론 아는 사람은 내가 만든 허상임을 눈치챈다. 또 동생은 공부에 적성이 없는데도 아이비 리그에 가야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가짜 행복”이라고 설명했다.
14회에서 송정아 캐릭터를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대사가 등장한다. “나는 내 사람 안내쳐” 정아는 나영(차예련)과 싸우고도 자신의 회사에 데려오고, 유진(박효주) 죽음을 파헤치는 핵심인물 미호(이엘)와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 있는데, 나중에는 구해주고 도와준다. 다정다감하지는 않지만 책임지고 정리해 주는 스타일이다. 츤데레다. 아니, 단순한 츤데레는 아니다. 송정아에게서 리더와 CEO의 자질이 읽혀진다.
“정아는 가족과 동생도 책임지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유진의 두 아이들이 없어졌을때, ‘인스타에 퍼뜨려주세요’. ‘모여주세요’라고 하지 않나. 뭐 대단한 걸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진심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다. 회사에서 사장으로서 직원들을 대하고 컨트롤하는 것들을 엄마들 맘카페라는 커뮤니티에서 적용한 것이다. 내가 (직장에서) 했더니 성공했는데, 여러분들도 이런 일을 하면 어때 정도다. 자신이 직접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 정도만으로도 CEO와 리더 자질은 충분하다. 모임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준다. “이기적인 사람은 절대 리더가 될 수 없다. 송정아는 자기 이익을 위해 뭔가 하지 않는다. 공동체를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회사도 잘 될 수 있게 하는데 항상 남편이 있다. 나보다 우리다. 물론 왜곡된 부분은 있지만.”
‘행복배틀’은 캐릭터 설정을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직업 등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가짜행복이다. 극중에도 변호사, 의사 등의 속을 까발리면 한마디로 개차반이다.
“집안과 학벌만 보고 결혼해 잘 된 케이스 못봤다고 하잖아요. 껍데기만 휘황찬란한 가짜 이야기다. 인물들의 직업과 애티튜드 설정을 그렇게 한 이유는 시청자들이 봤을때 직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남자 직업은 의사, 변호사이고 여자는 강남엄마, 인플루언서 등이다.”
진서연은 제주도의 서귀포시에 살고 있다. 4살 아들을 두고 있다. 그 아들이 엄마에게 “엄마는 여배우잖아. 엄마는 행복배틀이잖아”하고 자랑한다고 한다. 진서연에게 엄마로서의 가치관은 어떤지도 물어봤다.
“원하는 걸 찾아주는 길잡이 정도인 것 같다. 교육을 안 시키는 것 같다. 강남 8학군처럼 푸시를 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걸 안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진서연에게 행복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무탈하고 소소한 것. 오늘 먹고 싶은 거 먹고,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커피 한 잔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거창한 거 말고 소소한 게 진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진서연 하면 2018년 범죄 액션 영화 ‘독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거물 마약상인 진하림(故 김주혁)의 아내 방울이는 한마디로 강렬했다. 독한 자들의 전쟁에서 진서연의 존재감은 빛났다.
“‘독전’이 잘될 거라고 1도 생각 못했다.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전라노출 캐릭터를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지상파 드라마도 못하고 광고도 안들어오게 돼있다. 이걸 빠개고 연예계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통쾌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사랑 받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한 게 선입견이었던 것. ‘독전’에서의 진서연 캐릭터는 그 이후 여자 서사가 홍수적으로 나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나는 지상파에서 꾸며진 캐릭터가 더 불편하다. 날 것 그대로 놀아도 괜찮다. 착한 캔디 위주, 악역을 꺼리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악하게 보여도 뭔가 캐릭터가 있으면 극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그런 역할을 하고싶다.”
진서연은 OTT 오리지널 시리즈물에 출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의아했다. OTT에서 마음껏 써먹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독전’보다 세게 할 수 있는 게 OTT밖에 없다.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OTT와 영화다. 수위가 높아 지상파 편성은 어렵다. 액션, 누아르, 코미디, 멜로 가리지 않고 수위가 있는 그런 것들을 OTT에서 하고싶다”
진서연은 기자와 헤어지기 전 마지막에 격투기 공격 자세를 취했다. 마셜 아츠로 다져진 몸이어서 폼이 안정감이 넘쳤다. 그는 아무리 봐도 OTT에 적합한 배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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