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예들, ‘기술도핑’의 흔적을 지우다[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수영에는 오래도록 이름이 회자되는 이들이 유독 많다. 세부 종목이 많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수영복이 진화를 거듭하다 폴리우레탄 재질의 전신수영복이 등장하고 2008년부터 도입됐는데, 그 해에만 세계신기록 108개가 쏟아졌다. 이듬해 열린 로마 세계선수권에서도 세계신기록 43개가 나왔다.
전신수영복이 선수들의 부력을 향상시켜주고 물의 저항을 줄여주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세계신기록의 주인공이 바뀌는 통에 기록의 가치가 퇴색됐고 전신수영복을 두고 ‘기술 도핑’이라는 비판 섞인 말도 나왔다. 결국 2010년부터 국제대회에서 전신수영복 착용이 금지됐다. 그리고 전신수영복 금지 이전에 치러진 가장 큰 대회였던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나온 기록들이 각 종목의 세계신기록 칸을 오랫동안 채웠다.
전신수영복을 벗어던진 선수들, 그리고 이들의 후예들은 ‘전신수영복 시절’ 기록들을 깨기 위한 구슬땀을 흘려왔다. 이후 큰 대회가 치러질 때마다 주요 관심사는 이 시절 기록의 경신 여부였다. 십수 년이 지나는 동안 많은 기록이 깨졌지만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이전까지 경영 세계기록 40개(혼성 종목 2개 제외) 중 25%인 10개가 전신수영복 시절 기록이었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부터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둘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들의 주 종목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마르샹은 ‘수영의 꽃’으로 불리는 혼영(200m, 400m)을 지난 대회부터 석권한 뒤 이번 대회에서 접영 200m 금메달(26일)도 획득하는 등 펠프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펠프스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6관왕에 오르기 전 세계선수권(2001, 2003년)에서 혼영(200m, 400m) 및 접영 200m 등을 석권하며 다재다능함을 과시했다.
여자부에서 전신수영복 시절에 세워져 남아있는 세계기록은 접영 200m 하나뿐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류쯔거(34)가 이듬해인 2009년 10월 중국 국내 대회에서 2분1초81의 기록을 세운 뒤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같은 해 제시카 쉬퍼(37)가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작성했던 역대 2위 기록(2분3초41)과도 1.6초 차가 날 정도로 독보적이다. 올해 3월 접영 200m에서 2분4초70의 세계주니어기록을 세운 캐나다의 신성 서머 매킨토시(17)가 류쯔거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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