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대신 출근합니다"…하루 7만원 '4성급 호텔' 정체 [긱스]
"내 취향 딱 맞는 4성급 호텔서 주거와 일을 동시에"
공유 주거 플랫폼 업체 글로카로카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올인원' 주거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김정은 글로카로카 대표는 "왜 먹는 것과 입는 건 나에게 맞추면서 집은 맞출 수 없을까?"라고 반문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주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글로카로카와 김 대표의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서울 광화문 인근 코리아나호텔의 두 개 층을 10년간 장기 임대해 글로카로카만의 철학이 담긴 공간으로 꾸며놓기도 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공유 주거 문화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김 대표를 최근 만났습니다.
서울 광화문 인근 세종대로에 있는 코리아나호텔 19~20층은 일반 호텔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글로카로카가 객실을 리모델링하고, 라운지와 주방, 세탁실, 사무 공간 등을 마련해 누구나 몸만 들어오면 생활할 수 있는 주거 상품으로 꾸며놨다. 임대료만 내면 인터넷, 전기세 등 부대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정은 글로카로카 대표는 "전체 45개 객실을 갖추고 있고, 총 8개 타입으로 구성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며 "집기나 가구를 살 필요도 없고, 보증금 없이 임대료로 하루 7만~9만원 수준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글로카로카 4호점이다. 앞서 서울 염창동에서는 JK블라썸 호텔 2개 층을 리모델링해 글로카로카만의 서비스를 담았고, 서울 회현동에 있는 호텔 루미아 명동은 통째로 임대해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글로카로카는 부동산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전국 호텔과 제휴해 공실을 활용하는 방식을 쓴다"며 "각종 비용이 절감돼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으로 최적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카로카 서비스는 공유 주거를 넘어 오피스 기능까지 갖춘 게 특징이다. 그는 "이곳(코리아나호텔)에도 20층에 커뮤니티 라운지를, 19층에는 코워킹존을 갖췄다"며 "앞으로 다양한 호텔들과 제휴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호텔계의 스타벅스'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게 글로카로카의 목표다.
김 대표는 "해외 시장도 진출해 글로벌 서비스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주거를 넘어 종합 리로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회사명 글로카로카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요?
A. 글로카로카는 '글로벌'과 '로컬'을 합성해 음악적인 리듬감을 주는 표현입니다. 저희 공간에 오면 활력이 넘치는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고요. 글로벌한 사람들은 로컬에 관심이 많고, 또 로컬에 있는 사람들도 글로벌로 가고 싶어 하죠. 저희가 시작했을 때 단순 주거 플랫폼만 하려 했던 건 아니었고, '리로케이션 서비스'(이주자를 위한 종합 서비스)를 하려고 했어요. 어디를 가든 내가 몸만 가면 정착할 수 있게끔 돕는 거죠. 창업하고 싶으면 그걸 도와주는 것일 수도 있고, 이사도 돕고, 핸드폰 개설부터 은행 서비스까지 도와주는 거죠. 그런데 집과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제일 중요하겠죠. 여기도 보면 방도 있고, 라운지도 있고, 사무 공간도 있어요. 하우징과 기타 서비스가 묶여 있는 구독형 플랫폼 같은 거죠.
Q.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주거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A. 호텔 1층에는 프론트가 있고, 2층에는 카페가 있듯 레지던스 공간도 필요해요. 왜냐면 대부분의 호텔은 300~500실 정도 규모라면 피크 시즌에도 한 10% 정도는 비어 있기도 해요. 그런 공간을 저희가 레지던스로 운영할 수 있겠죠. 또 글로벌하게 서비스를 하려면 두 가지가 가능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주요 도시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다음에 이용자와 스타일이 맞아야 되는 거예요. 이런 것을 위해 저희는 인테리어가 기본이 돼 있는 회사인 거죠.
Q. 인테리어도 직접 다 하시는 건가요?
A. 직접 다 합니다. 여기(코리아나호텔)는 갤러리 같은 것을 생각했었어요. 벽에다 갤러리 그림을 걸듯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고, 방도 다 다르게 했죠. 사람이 자신의 옷을 고르듯 방도 고르는 거죠. 단순히 트윈룸이나 더블룸이냐 이런 걸 고민하는 게 아니고,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취향별 라이프스타일 구독형이에요. 만약 내가 '댄디'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런 곳을 찾아다닐 수 있게 하는 거죠. 저희가 사람의 취향에 맞는 주거 스타일을 찾아주기 위해 앱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MBTI처럼 취향에 맞춰 주거 공간을 추천해 주는 거죠.
Q. 글로카로카 4호점이란 표현을 쓰던데요?
A. 저희가 전국 호텔과 제휴해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직접 인테리어까지 꾸미고 완전한 글로카로카의 철학을 담은 곳은 이번이 4번째입니다. 회현역 인근에 호텔 루미아 명동 같은 공간이 있었고요. 그곳은 통째로 저희가 인테리어했어요. 강서구 염창동에 JK블라썸 같은 곳도 두 개 층 전체를 저희가 했고요.
Q. 글로카로카를 두고 '호텔계의 스타벅스' 같다는 말도 합니다.
A. 메이저 빌딩의 좋은 공간에는 스타벅스가 들어가잖아요. 문화나 콘텐츠,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고요. 일맥상통한 브랜드 이미지도 있죠. 그런 것처럼 호텔 안에 2~3층을 저희가 들어가 꾸민다면 호텔은 굳이 신경 안 쓰고 월세를 받을 수 있을 테고요. 저희는 레지던스 서비스를 전국에 깔면서 확장해 나갈 수 있고요. 호텔들이 오픈할 때 같이 들어간다거나 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겠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죠.
Q. 세라젬 기기가 설치돼 있는 방들도 있습니다.
A. 세라젬이 오가다와 협업해 '웰카페'라고 힐링할 수 있는 카페 같은 것을 운영하잖아요. 저희는 공간이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에 그곳에 기기를 넣어서 사람들이 편하게 써보게끔 하고 있죠. 지금은 무료 서비스고, 이후에는 조금 추가 비용을 내고 쓰게 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예컨대 한 달에 1만~2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만 받는다면 하루에 수백원 수준이니까 좋아할 고객들이 있을 거 같고요. 이런 식으로 가구 회사나 식품 회사들과 협업해 저희 공간을 통해 새로운 라이스타일 구독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나요?
A. 장기 숙박하는 외국인들도 있고요. 기업들 중에는 B2B(기업 간 거래) 관련 회사 직원들이 많아요. 회사에서 복지로 제공하기도 하죠. 해외 바이어가 온다거나 손님이 온다거나 하면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고요.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 팀들이 일하기도 하고요. 밤새 게임을 하는 프로 게이머도 있고요. 어떤 분은 "다이어트하러 왔다"는 분도 있어요. 이런 호텔 같은 공간에 혼자 오면 안 먹게 된다고 하네요. 일부 방은 아예 침대는 없고, 소파랑 업무 공간으로만 쓰는 곳도 있습니다. 야근자 등에게 유용한 공간이 될 수 있겠죠.
Q. 이용료는 얼마나 되나요? 월간 단위로 계약을 하시는지요?
A. 하루에 7만원부터 다양한 룸이 있습니다. 월간 계약으로 하면 대략 210만원 정도부터 시작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보통 2주 이상 계약을 원하는데 상황에 따라 단기 계약도 하고 있습니다. 공유오피스 비용을 생각하면 이 정도 금액이 크게 비싼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공유오피스 데스크 하나에 월 50만원 정도 하기도 하는데, 저희 방 하나에 보통 테이블 8개 정도 들어가거든요.
Q. 청소나 룸서비스 같은 것도 있을까요.
A. 2주에 한 번씩 이불도 갈아주고, 청소 서비스를 합니다. 저희도 사실 방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몇 달 동안 놔둘 수는 없고, 어떻게 쓰는지도 좀 봐야 하거든요.
Q. 추가적으로 계획하고 계신 사업이나 호텔 제휴가 예정돼 있나요?
A.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현재 한 대형 호텔체인과 서비스 제휴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Q. 이탈리아에서 공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제가 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연세대 주거환경학 석·박사 하면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라는 부동산 서비스 회사에 들어갔어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을 했죠. 그러던 중 이탈리아 밀라노공대에 공부하러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그래서 2015년에 다시 석사 공부하러 갔고, 밀라노공대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이탈리아에 갔더니 얘네들이 역사, 관광 자원을 갖고 서비스를 개발해서 계속 가치를 높이고 있더라고요. 코하우징랩이란 곳도 알게 됐죠. 일종의 공공 성격을 지닌 회사인데 제가 여길 다녔어요. 일하면서 '정말 미쳤다'란 생각을 하게 됐죠. 주거 단지들을 개발하는데 행복이 넘쳐서 돈을 쓰고 싶을 수밖에 없는 그런 공간들을 만들고 있었죠. 후분양 하는데도 가격이 주변보다 비싸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임대 수익과 운영 수익도 어마어마했어요.
Q. 코하우징랩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신 건가요.
A. 코하우징랩은 전국에서 이런 공유 주거 서비스를 했어요. 시스템을 다 집어넣고 돈을 누구한테 받냐면 시행사한테 받아요. 시행사는 예컨대 500만원짜리를 두 배 불려 1000만원에 팔잖아요. 그러면 500만원이 남는데 그중에서 한 20~30% 즉, 한 100만 원 정도는 '에스크로' 걸어놓고 10년 동안 운영비로 계속 내보내는 구조예요. 그래야 공유 주거가 되는 거지, 서비스가 빠지면 그냥 아파트잖아요. 이런 식으로 금융 시스템이 잘돼 있는 거죠. 부동산 서비스 금융, 운영 서비스 금융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거기서 공부했던 게 정확히 말하면 서비스 금융이죠.
Q. 외부 투자 유치도 하셨나요?
A. 아직까지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재무적 투자자든, 전략적 투자든 환영하지만 아직까지 저희랑 잘 맞는 곳을 찾지 못했고요. 투자 유치는 추진하려고 합니다.
Q. 글로카로카의 중장기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호텔계의 스타벅스 같은 서비스를 하고 싶습니다. 글로벌화를 원하고요. 예컨대 내가 프랑스에 갔는데 한국에서 있던 글로카로카와 똑같이 '웰컴'하는 느낌의 주거 공간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거죠. 최소 10개국 정도에서는 서비스를 하고 싶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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