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터 AI 의료까지…美 빅테크 '무한경쟁' 시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사회를 휩쓰는 가운데 빅테크 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업고 구글이 장악했던 검색엔진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을 똑똑히 본 기업들은 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롭게 진출할 시장을 찾고 있다. 지도 데이터부터 의료까지 분야마다 각개전투와 합종연횡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MS·메타·아마존, 구글·애플 ‘지도’ 아성 도전
26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아마존은 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지도 앱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말 이들이 설립한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은 새로운 지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오픈 소스로 제공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데이터에는 교통망과 행정 경계, 레스토랑과 랜드마크 등 5900만개의 ‘관심 지점’들이 기록돼 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집해 기증한 데이터다. 두 회사는 향후 경로 및 3차원(3D) 건물 데이터 등으로 데이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도는 그 자체로도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지만 활용 분야가 다양해 가치가 높다.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AR), 물류 및 음식 배달 등 각종 신기술은 정확한 지도를 기반으로 구현된다. 그러나 개별 기업들이 광범위하면서도 수시로 바뀌는 지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에는 제삼자가 지도에 기반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경우 인터넷 기반의 구글과 스마트폰 기반의 애플에 비싼 값을 주고 데이터를 사야 했다. 그러나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구글과 애플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현재는 무료지만 향후 구글과 애플 대비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도 두 기업의 과점 체제가 깨질 수 있다는 뜻이다.
메타 출신인 마크 프리올로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 이사는 “목표는 개발자가 더 쉽고 저렴하게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상업용 오픈 맵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존, AI 의료 앱으로 구글·MS와 승부
이날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기반 의료 서비스 ‘아마존 헬스 스크라이브’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헬스 스크라이브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 내용을 녹취한 후 녹취록을 생성하고 요약해 진료 기록을 작성해준다. 병력뿐 아니라 건강 상태와 약물 등을 뜻하는 의학 용어도 추출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진료 기록을 쉽게 문서화할 수 있다. 아마존은 헬스 스크라이브가 아마존의 생성형 AI 구축 및 지원 서비스 ‘아마존 베드락’으로 구동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데이터베이스, 분석 및 머신러닝 담당 부사장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은 “이미 3M과 바빌론헬스 등 헬스케어 업체 등이 헬스 스크라이브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는 아마존에 앞서 생성형 AI를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뛰어든 시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1년 인수한 AI 및 음성인식 기업 뉘앙스는 지난 3월 진료 기록 앱 ‘닥스 익스프레스’를 공개했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 기록하며 오픈AI의 최신모델인 GPT-4를 사용해 진료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 구글이 만든 AI 기반 의료 챗봇 ‘메드팜’은 미국 의료 면허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AI 선도 업체들은 따로 뭉쳐 업계 표준을 만들고 있다. 이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4개 기업은 ‘프론티어 모델 포럼’이라는 협의체를 발족하고 AI 기술 관련 안전 표준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 차원의 규제가 도입되기 전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포럼은 다른 회원사들도 참여할 수 있으나 “현존하는 가장 진보된 모델의 기능을 뛰어넘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하는 조직”에 개방돼 있다고 덧붙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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