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말해야 알아 쳐먹지 않나" 폭행에 성희롱까지? 추가된 '백마회관 갑질'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황제식사' 등 지휘부 갑질로 논란이 된 육군 제9사단 백마회관에서 이번엔 관리관이 회관병들을 폭행하고 괴롭혀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27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백마회관에 근무 중인 장병들은 회관 관리관 A 상사의 △근무태만 △과중업무 지시 △복지회관 부당이용 갑질 △무전취식 △폭언·폭행 △성희롱 등 갑질 사례를 센터 측에 추가로 제보했다. 부사관인 A 상사는 2022년 8월부터 현장에 부임, 현재 10명의 회관병들을 혼자 관리하고 있다.
앞서 26일 군인권센터는 같은 장병들의 제보로 '사단 지휘부가 복지회관 장병들을 혹사해 황제식사 등의 특혜를 받아왔다'는 내용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 軍 지휘부, '16첩 반상 황제식사' 위해 장병들 '노예노동'시켰다) 추가제보에 따르면, 지휘부 갑질 등에서 회관병들을 보호해야 할 관리책임이 있는 관리관조차 갑질의 또 다른 가해자였던 셈이다.
센터는 특히 "관리관은 평소 회관병들을 막대하고, 심지어 폭행도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제보에 따르면 회관에선 장병이 말을 더듬을 때 "제대로 말해야 알아 쳐 먹을 것 아니냐"라고 호통을 치거나 "저놈 저거 말 더듬는 거 빨리 고쳐야 하는데"라고 핀잔을 주는 식의 언어적 괴롭힘이 비일비재했다. 작업속도가 조금 늦어지는 경우엔 욕설과 폭언, 인신공격이 날아오기도 했다.
관리관은 또한 플라스틱 장난감 도끼, 플라스틱 파슬리 통 등을 이용해 회관병들을 때리거나, 턱걸이봉에 매달려 있는 회관병의 옆구리 갈비뼈를 때리며 "잠이 확 깨지?"라고 말하는 등 회관병을 폭행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영업 종료 후 장병들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발을 회관병 얼굴에 던져 맞추기도 했다.
관리관이 장난을 빙자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센터에 따르면 관리관은 회관병들과의 식사 도중 식탁에 있던 고추를 집어 들며 "OO(회관병 이름)이 고추(성기)다", "아닌가 더 큰가"라고 말하는 등 여러 사람 앞에서 한 병사를 성희롱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특히 관리관의 폭언·폭행이 "주로 과도한 업무에 대해 항의한 장병들에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회관의 총 근무자는 10명이지만 휴가 및 입원 인원의 부재로 실제 근무자는 5명에 불과한데, 회관병들은 해당 상황에서 하루 100명 이상의 일반 손님과 사단 지휘부 접대 업무 등으로 주 68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려왔다.
이에 일부 회관병들이 일반 손님 예약 축소를 관리관에게 제안했지만, 관리관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면 형사처벌을 받으면 돼"라는 등의 말과 함께 오히려 손님 예약을 120~130명 규모로 늘렸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후 업무량 문제를 제기한 회관병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앞서 밝혀진 지휘부의 '백마회관 부당이용'과 같은 갑질 행태도 제보됐다. 센터에 따르면 관리관은 종종 근무 시간에 가족과 지인을 불러 회관 VIP룸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등 사적 모임을 가졌다. 이어 지난 5월 21일 회관의 점심 영업시간을 넘기며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그 뒷정리를 모두 휴식 중인 회관병들에게 떠밀기도 했다.
센터는 "군인 간부가 엄연한 근무시간에 지인들을 불러 고기를 구워 먹은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회관병들을 챙겨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쉬는 시간까지 빼앗아 가며 일거리를 늘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관리관은 자신의 아들 생일에 지휘부에게 접대됐던 수제 티라미수를 만들어오라고 회관병들에게 부당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관리관이 회관병들에게 배정된 식사에 끼어 상습적인 무전취식을 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회관병들은 회관에 별도로 지급되는 식비를 통해 식재료를 구입해 식사를 해결하는데, 이때 관리관이 식사 자리에 끼어 원하는 메뉴를 요구하는 등의 갑질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관리관의 경우 본래는 간부 지침이 적용돼 자비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근무를 하다보면) 당연히 간부와 병사들이 같이 식사를 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원칙적으로는 무전취식에 해당하는 해당 행위가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강요한다거나, 음식 맛을 이유로 혼을 낸다거나 하는 등의 상습적인 갑질행위와 동반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관리관이 과로 호소를 무시하고 일을 계속 늘리고, 걸핏하면 폭언과 욕설, 심지어 폭행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회관병들을 소모품 정도로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의무복무하는 병사이니 복무 기간 동안 마음대로 부려도 괜찮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복지회관 운영과 같은) 장병복지는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지, 병사들의 노동력을 주 68시간씩 갈아 넣는 방식으로 제공해선 안 된다"라며 △복지회관 등 부대 복지시설의 민간위탁 전환 △갑질 행위자들에 대한 보직해임 및 사건규명 △육군본부가 아닌 국방부 차원의 전군(軍) 대상 복지시설 운영실태 전수조사 등을 국방부 측에 촉구했다.
한편 육군본부는 지난 26일 백마회관 갑질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라며 육군 내 복지시설을 점검하고 잘못된 관행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오전 진행된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육군본부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특별점검 TF를 편성해서 오늘부터 각급 부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모든 복지회관에 대해 회관 관리병 등 운영 인력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등 운영적인 분야에 중점을 두고 점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장병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군대 내, 지휘부들의 전 근대적 사고방식"이라며 "육군 차원을 넘어 전체 군대에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이번 사태의 (갑질 행위를 한) 전현직 사단장과 지휘부에도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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