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일순' 기준은 10타자인가 9타자인가, 한화 타자이순 기록이 낳은 혼란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한화 이글스는 지난 25일 마치 폭풍과도 같은 8회를 보냈다.
한화는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3-6으로 뒤진 채 맞이한 8회초 공격에서 대타 하주석의 1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8회에만 13득점에 성공하면서 16-6 대승을 거뒀다. 8회초만 68분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한화는 8회초 5번타자 문현빈부터 타석에 들어서 총 18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18타자가 10안타 5볼넷 13득점을 일궈냈다. 길었던 공격은 한화가 16-6으로 앞선 2사 1,3루 상황에서 4번타자 채은성의 대타로 나선 장지승이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되고 나서야 끝났다.
이날 한화는 경기 후 8회초 13득점이 KBO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 공동 2위라고 알렸다. 최다 1위는 2019년 4월 7일 사직 롯데전에서 한화가 기록한 16득점(20타석 13안타 3볼넷)이었다. 동시에 한화는 '타자이순'도 당시 롯데전 이후 KBO 역대 2번째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KBO에 기록을 문의한 뒤 해당 기록을 안내했다.
그런데 여기서 '타자이순'의 해석에 따라 기록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나왔다. 사실 한 이닝에 18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경기는 한 번 더 있었기 때문. 2001년 8월 11일 잠실 KIA전에서 LG는 8회 18타자가 나와 한화와 똑같이 13득점을 올렸다. 한화와 역대 한 이닝 최다 타석 공동 2위 기록이었다.
KBO가 LG 기록을 빼고 설명한 것은 기록 해석의 차이 때문이었다.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는 '타자이순'의 정의를 해당 이닝 선두타자가 3번째 타석에 다시 돌아오는 19타석 째라고 판단했기에 2011년 LG 경기를 빼고 종전 1차례라는 사실을 KBO에 전달했다. 그 기록을 받은 KBO는 라인업을 2번 돈 18타자를 타자이순이라고 판단해 2023년 한화를 포함시켜서 한화에 안내한 것.
19타자 기준이 타자이순이라면 2023년 한화도 빠지고 2019년 한화(20타석 16득점)만 남아야 한다. 반대로 18타자 기준이 타자이순이라면 2011년 LG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2023년 한화는 역대 3번째가 된다. 이러나 저러나 2023년 한화가 역대 2번째 타자이순이라는 설명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 역대 한 이닝 18타자 이상 경기
2011년 8월 11일 8회 LG(잠실 KIA전) - 18타자
2019년 4월 7일 3회 한화(사직 롯데전) - 20타자
2023년 7월 25일 8회 한화(고척 키움전) - 18타자
애초에 타자일순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를 짚고 가야 '이순'의 기준도 생긴다. 국립국어원 오픈국어사전 '우리말샘'에서는 '야구에서, 한 차례 공격하는 동안 아홉 명의 타자가 모두 타석에 나와 타격하는 일'이라고 타자일순을 설명했다. 반대로 '조해연의 우리말 야구용어 풀이'는 타자일순을 '한 바퀴 돎'이라고 풀어쓰며 '어느 한 이닝에 타순이 한 바퀴 돌아 그 이닝에 처음 공격을 시작한 타자에게 타순이 다시 돌아온 상태'라고 적어놓았다.
야구계 여러 관계자들에게 문의한 결과도 엇갈렸다. 9타자가 일순이라는 주장은 '1번부터 9번까지 한 번씩 모두 나가는 게 일순이 맞다. 1번타자가 2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건 한 바퀴를 넘는 것이다', '운동장 릴레이에서 9번타자가 결승점에 들어오면 1번이 다시 뛰지 않아도 1바퀴'라는 의견을 내놨다.
10타자가 일순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일순이라는 단어가 '돈다'는 뜻인 만큼 선두타자가 다시 타석에 돌아와야 한다'고 근거를 이야기했다. 자문 결과 9타자가 타자일순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 다만 이에 대해 명확한 선례나 공인된 기록을 찾지는 못했다.
KBO 관계자는 "타자일순이나 타자이순이라는 용어는 프로야구 초창기에 일본의 기록들을 참고하면서 일본식 야구 표현이 받아들여졌는데 그동안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타자일순, 타자이순은 KBO 연감에는 나와 있지 않고 야구계에서 주로 쓰이는 비공식 기록이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일순(日巡, bat around)'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하지만 9타자인지, 10타자인지 여전히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도 이를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어 우리가 참고할 사례가 부족하다.
타자이순은 지금까지 한두 번 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지만 타자일순은 대량 득점 때 왕왕 나오기에 언론이나 선수 등 야구계에서도 자주 쓰는 표현이다. 공식 기록은 아닐지라도 일순에 대한 기준을 잡고 간다면 앞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헷갈리지 않을 수 있다. KBO도 곧 이 표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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