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子 무단이탈 막으려고…" 고소 당한 교사 경위서엔

만화가 주호민. /사진제공=티빙 2023.01.2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만화가 주호민의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가 검찰에 기소된 뒤 작성한 사건 경위서가 공개됐다.

교사 A씨는 지난해 12월 한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사건 경위서를 공유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사건은 주호민의 아들 B군이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듣다 여학생이 보는 앞에서 바지를 벗는 등 성폭력을 저지르면서 시작됐다. A씨는 "여학생은 당시 충격으로 학교에 못 나왔다. 여학생의 부모는 B군의 강제 전학 등 분리 조치를 원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자폐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 시간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후 학교 측은 회의를 거쳐 B군이 가급적 특수 학급에서만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다만 B군의 교내 훈육을 A씨 혼자 떠안게 되면서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받침이 들어간 받아쓰기 급수 교재에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B군에게 이 표현을 이해시켜 주려고 '수업 도중 피해 학생에게 바지를 내린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과 함께 '이 행동으로 B군은 친구들을 못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에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강조한 것일 뿐,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자 한 의도는 결코 없었음을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는 또 B군에게 '너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아냐' 등 표현을 쓴 적이 있다면서도 "일반교실로 가려고 하는 학생을 말리면서 반복적으로 단호한 어조를 사용했다. 학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학생의 교출을 막아 학교 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교출이란 학생의 무단이탈을 말한다.

A씨는 "학교폭력으로 처리해야 하는 모든 사안을 특수교사 개인이 오롯이 떠안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지친 마음이 들었다. 순간 격앙된 표현을 사용해 학생을 지도했던 그때 상황이 속상하고 사건의 속에 지쳐버린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폭력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더 힘들고 버거운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교사로서 잘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것은 B군이 그만큼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주호민의 아들 B군이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듣다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성폭력으로 분리 조치되자, 부적절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따돌린 것으로 판단해 불구속 기소했으며, 학교 측은 A씨를 직위 해제했다.

B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부착, 등교하게 해 증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버지인 주호민은 26일 유튜브를 통해 "아이가 사건 당일부터 평소와 매우 다른 불안한 반응과 두려움을 표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 특성상 의사소통이 불가해 확인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주호민은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 웹툰 '신과 함께'의 작가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