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살해사건’ 판결 뒤집혀…대법 “유죄 확신 어렵다”

권지담 2023. 7. 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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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0년 아내 상고심
게티이미지뱅크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받은 아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의문점이 있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27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며 “추가로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①2021년 5월26일 아침 7시께 ㄱ씨가 건네준 미숫가루, 꿀, 우유를 먹고 남편은 명치 끝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후 ②저녁 8시께 ㄱ씨가 만들어 준 흰죽을 먹었다. 밤 10시30분 남편이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해 119 구급대를 불러 병원 응급실을 다녀왔다. ③다음날(27일) 새벽 2시께 한 차례 더 니코틴이 섞인 찬물을 마신 남편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새벽 3시에 사망했다.

■ 1·2심 “니코틴으로 남편 살해” 징역 30년

ㄱ씨 소지품에선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 니코틴이 압수됐다. 검찰은 ㄱ씨가 2015년부터 내연관계로 지냈던 남성이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망보험금 등을 노리고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남편을 살인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ㄱ씨는 재판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남편이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ㄱ씨의 살인죄를 인정하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인데, 피고인(ㄱ씨)이 피해자(남편)에게 3회에 걸쳐 건네준 음식에 니코틴이 들어있었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건네준 찬물에 든 니코틴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피해자가 응급실에 이송되었을 때 채취한 혈액은 보관 기간 경과로 폐기됐다”며 “피해자가 미숫가루 음료나 흰죽을 섭취하고 호소한 증상들, 응급실 이송 후 피해자의 상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미숫가루 음료나 흰죽을 섭취하고 호소한 증상들이 니코틴 음용에 따른 것이 아닐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소사실 중 ①행위(미숫가루)와 ②행위(흰죽)는 무죄로 보고 ③행위(찬물)만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형량은 징역 30년으로 유지했다.

■ 대법원 “살인 증명 부족” 다시 재판하라

반면 대법원은 ③행위도 심리가 부족하다고 했다. 2심에서 확인된 부검 결과와 감정 의견으로는 남편의 사망원인이 급성 니코틴 중독이고 응급실을 다녀온 뒤 많은 니코틴 경구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짚었다. 이 의견으로 “피고인(ㄱ씨)이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피해자(남편)에게 마시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구체적인 근거로는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ㄱ씨가 찬물을 준 후 밝혀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남편이 니코틴을 마셨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 ㄱ씨가 남편에게 줬다는 물컵에는 물이 3분의2 이상 남아있는데 남편이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컵의 용량, 물의 양, ㄱ씨가 넣은 니코틴 원액의 농도와 양 등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 셋째, 수사기관은 ㄱ씨의 사전 범행 준비·계획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넷째, 압수된 니코틴 제품이 남편을 살해한 범행에 사용된 제품이라거나 그 존재가 ㄴ씨의 범행 준비 정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도 “내연관계 유지나 경제적 목적이 계획적으로 남편을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로 작용했는지 의문”이라며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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