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김정미·박은선·조소현보다 어린 '33세 코치' 박윤정

이의진 2023. 7. 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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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배우고픈 선수 한명이라도 있길…여성 지도자로서 잘해야"
콜롬비아전 패배에 실망한 팀 독려…"스스로 의심하지 않았으면"
인터뷰하는 박윤정 코치 (캠벨타운[호주]=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박윤정 코치가 27일 오전(한국시간)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표팀은 사흘 뒤인 30일 오후(한국시간) 애들레이드의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2023.7.27 utzza@yna.co.kr

(캠벨타운[호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에는 선수보다 어린 코치가 있다.

박윤정 코치는 1989년 8월생으로 33세다.

1984년생 김정미(인천 현대제철), 1986년생 박은선(서울시청), 1988년생 조소현(토트넘)보다 어리다.

박 코치는 27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팀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처음 대표팀 합류를 제안받았을 때를 돌아봤다.

지난해 11월 김은정 코치가 17세 이하(U-17)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박 코치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됐다.

박 코치는 "왜 나한테? 라고 생각했다. 정말 의문이 들어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며 "너무 감사하다. 콜린 벨 감독님 밑에서 이렇게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박 코치는 황인선 U-20 여자 대표팀 감독, 김 감독으로 이어지는 대한축구협회 여성 전임지도자 라인의 '막내 격'이다.

여자 실업축구 WK리그에서 뛴 박 코치의 마지막 소속팀은 일본의 알비렉스 니가타다.

파이팅 외치는 벨호 (파주=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콜린 벨 감독이 지난 5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을 발표 후 코치진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맷 로스 수석코치, 박윤정 코치, 벨 감독, 정유석 골키퍼 코치, 정현규 피지컬 코치, 정상권 비디오분석관. 2023.7.5 utzza@yna.co.kr

2013년 이 팀을 떠난 박 코치는 일찌감치 지도자 과정을 밟았다.

박 코치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나서 이후의 직업을 고민해본 적 없다"며 "운동 그만두면 지도자를 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꾀하는 협회 입장에서는 박 코치의 존재가 반갑다.

협회는 우리나라에서도 여자 축구 선수가 은퇴 후 지도자나 행정가, 유소년 양성 등 다양한 직업으로 축구계에 머무는 선례가 많아지길 원한다.

지소연(수원FC) 등 간판급 현역 선수뿐 아니라 은퇴 선수 가운데 유소녀의 '롤모델'이 될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 코치는 "(여자 선수 중) 은퇴 후 지도자를 하려는 사람은 많이 없다. '해서 뭘 하겠냐'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며 "내가 지도자로서 잘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박윤정 선생님한테 지도받아 봐야지'라는 생각을 단 한 명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며 월드컵 무대를 밟은 여성 지도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다시 힘차게 도전' (캠벨타운[호주]=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표팀의 케이시 유진 페어와 문미라가 지난 26일 오전(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은 전날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로 패했다. 2023.7.26 utzza@yna.co.kr

선수로서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던 박 코치는 지도자 신분으로 세계 강호들의 전장을 처음 밟았다.

박 코치는 "당연히 최고 성적을 거두고 돌아가는 게 첫 목표"라며 "선수든, 지도자든 한 팀으로 어떤 대회에 출전했다면 최고의 성적,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콜롬비아와 첫 경기 패배(0-2)로 침울해진 선수들을 다독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박 코치는 "이제 한 경기를 했다. 옆에서 보는 우리는 선수들이 잘한다는 사실을 안다"며 "힘들어할 필요도, 주눅들 필요도 없다. 축구라는 게 사실 '실수의 게임'인데, 실수하고 나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모두가 이기고 싶다고 이기면 지는 팀이 없지 않겠나. 이기기 위한 부담감을 대신 매 경기 축구라는 운동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제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지도자로서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며 "다들 좋은 선수라는 걸 내가 안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동료를 믿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 코치는 제자리걸음을 넘어 점차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한 우리나라 여자축구 저변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모로코전 앞두고 훈련하는 대표팀 (캠벨타운[호주]=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전(한국시간)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은 사흘 뒤인 30일 오후(한국시간) 애들레이드의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2023.7.27 utzza@yna.co.kr

지난 5월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는 1천510명이다. 2014년(1천765명)보다 200명 넘게 줄었다.

'유소녀 전문 선수' 하락세가 뚜렷하다. 2014년 1천341명이었다가 2020년 916명으로 감소했고, 이후에는 소폭 올라 겨우 1천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 코치는 "예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 인프라 이야기를 하는데 (대표팀) 선수들을 보고 '멋있다'고 하는 어린 선수가 드디어 나온다. 현장의 선수들이 이렇게 이끌고 가는 부분이 있다면 뒤에서 이를 도와줄 역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팀을 창단한다든지, (어린) 선수를 모아서 축구를 경험할 환경을 만들어준다든지 등은 지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분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분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여자축구가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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