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다시 만난 ‘옛 친구’..다저스로 돌아온 키케[슬로우볼]

안형준 2023. 7. 2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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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키케가 LA로 돌아왔다.

LA 다저스는 7월 26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우타자가 필요했던 다저스는 보스턴으로부터 '옛 친구'를 영입했다. 바로 엔리케 에르난데스(이하 키케)였다.

다저스는 보스턴에 닉 로버트슨, 저스틴 하겐맨 등 두 명의 우완투수를 내줬다. 올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1998년생 로버트슨과 아직 트리플A 소속인 1996년생 하겐맨은 모두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다. 키케가 '헐값'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것은 올시즌 성적이 그정도였기 때문이다.

키케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올시즌 86경기에 출전해 .222/.279/.320 6홈런 31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OPS는 겨우 0.599. 엄청난 '강타자'였던 적은 없지만 OPS가 0.600 미만에 그칠 정도로 부진한 적도 없는 키케였다. 보스턴은 올시즌 단년 계약을 맺은 키케가 최악의 부진을 선보이자 큰 미련을 두지 않고 다저스로 보냈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반가운 재회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키케는 다저스와 깊은 인연을 맺은 선수다.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팀의 전성기도 함께했다.

키케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돼 2014년 휴스턴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거 시절 크게 주목받는 'TOP 100 급' 유망주는 아니었던 키케는 휴스턴에서 데뷔시즌 24경기 .284/.348/.420 1홈런 8타점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제이크 매리스닉, 콜린 모란 등과의 트레이드로 마이애미 말린스로 이적했다. 데뷔시즌 이적이 충격이었을까. 키케는 이적 후 18경기에서 .175/.267/.425 2홈런 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키케의 운명은 2014년 겨울 바뀌었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팀을 맡은 다저스는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나섰고 트레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저스는 당시 마이애미에 디 스트레인지 고든, 댄 해런 두 스타플레이어와 미겔 로하스, 해런과 고든의 연봉을 보조하기 위한 현금까지 내주며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영입했다. 키케와 오스틴 반스, 크리스 해처, 앤드류 히니(직후 LAA로 재 트레이드)였다.

2014년 한 해 동안 두 번이나 트레이드를 경험한 키케는 곧 다저스에서 없어선 안될 선수가 됐다. 이적 첫 해 76경기에 출전해 .307/.346/.490 7홈런 22타점을 기록했고 2020시즌까지 6년 동안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648경기에 출전해 .240/.312/.425 68홈런 213타점 12도루를 기록했다. 대단한 타격 능력을 선보이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포수를 제외한 야수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슈퍼 유틸리티'로서 누구보다 다양한 라인업, 로스터 유동성을 중요하게 여긴 다저스에서 '맞춤형 선수'로 활약했다.

원래 중앙 내야수인 키케는 키스톤은 물론 핫코너, 외야까지 무리없이 소화하며 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였다. 포스트시즌 통산 OPS 0.900을 기록한 '큰 경기에 강한 선수'였고 2020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기도 했다.

2020시즌을 끝으로 다저스를 떠난 키케는 보스턴과 2년 1,4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었다. 입단 첫 해 134경기 .250/.337/.449 20홈런 60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지난해 부상을 당하며 93경기 .222/.291/.338 6홈런 45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첫 시즌 활약을 인정받은 키케는 보스턴과 1년 1,000만 달러 재계약을 맺어 올해도 잔류했지만 데뷔 최악의 성적을 썼다. 그리고 3년만에 313경기 .234/.308/.382 32홈런 136타점의 성적을 남기고 보스턴을 떠나 사실상 '친정'인 다저스로 돌아갔다.

다저스는 올시즌에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키케가 팀을 떠나기 전 만큼 압도적인 전력은 아니다. 다저스는 외야에 이미 자리를 잡고 MVP까지 수상한 무키 베츠를 중앙 내야수로 기용하는 등 예년보다 전력이 약해진 가운데 여러 '고육지책'도 짜내고 있다. '전천후 선수'가 크리스 테일러 한 명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테일러도 부상을 경험했다. 다저스 특유의 유동적인 야구를 펼치는 것이 쉽지 않은 시즌이 계속됐다.

키케는 제이슨 헤이워드, 데이빗 페랄타 등 베테랑 좌타자들의 뒤를 지키며 좌완을 주로 상대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올시즌에는 부진하지만 키케는 통산 좌완을 상대로 0.811의 OPS를 기록한 '좌완 킬러'. 전성기를 보낸 다저스에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반등한다면 충분히 다저스가 원하는 '조커'의 모습을 선보일 수도 있다. 다저스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키케를 '어떻게 기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내던 다저스는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영광의 시기를 함께 보낸 '옛 동료'의 손을 잡았다. 과연 다저블루 유니폼을 다시 입은 키케가 다시 한 번 다저스와 함께 정상에 오를지 남은 시즌의 향방이 주목된다.(자료사진=엔리케 에르난데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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