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다" 46억 보상선수 극찬뿐이었는데…실패한 지금을 더 기다렸다, 왜?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정훈 2군 감독이 아주 좋은 선수가 온 것 같다고, '물건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준영(26)은 지난 7일 처음 1군에 콜업된 뒤로 칭찬받을 일밖에 없었다. 전반기 막바지 주전 3루수 허경민이 부상으로 휴식이 필요할 때 빈자리를 잘 채워줬고, 타석에서는 날아다녔다. 지난 21일까지 5경기에서 타율 0.467(15타수 7안타), 1홈런, 8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장타율이 1.133에 이를 정도로 장타 생산력이 빼어났고, 뒤늦게 합류하고도 두산의 11연승 질주에 꽤 큰 공을 세웠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박준영이 성공 가도를 달릴 때 오히려 실패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잠깐 반짝하는 선수가 아닌, 장기적으로 팀에서 한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잠재력까지 확인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3루수 허경민이 컨디션을 회복하자 박준영을 선발 유격수로 계속 활용하며 가능성을 시험한 이유다.
박준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로 4년 46억원에 FA 이적한 포수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왔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6년 1차지명으로 NC에 입단할 때는 투수였고, 고질적으로 팔꿈치가 좋지 않아 야수로 본격적으로 전향한 건 2020년 시즌부터다. 프로 무대에서 야수로는 경험이 풍부하지 않아 계속해서 확인이 필요한 선수다.
이 감독은 "박준영이 NC에서 뛸 때는 들리는 소문으로 기대주라고만 들었다. (두산에 와서) 어깨 부상으로 2군에서 재활할 때 몸이 좋았다. 배팅 시작하면서도 보고가 좋았다. 이정훈 감독이 아주 좋은 선수가 온 것 같다고, '물건인 것 같다'고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1군에서 좋은 성적으로) 자신감이 생겼다면 다행인데, 한번 실패를 해봐야 한다. 두산에 와서 매 경기 계속 좋은 모습만 보이고 있는데, 실책했을 때와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났을 때 그다음에 플레이를 봐야 판단이 될 것 같다. 실패했다고 의기소침할지, 중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그걸 지켜보고 싶다. 그것마저 잘된다면 아주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패를 확인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준영은 확실히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 포지션을 옮기자 세밀한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1회 2사 후 유강남의 땅볼을 처리하다 1루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유강남의 발이 빠르지 않아 서두를 필요는 없었지만, 포구 뒤 송구를 서두르다 1루수에게 강하게 공을 던지지 못한 결과였다. 이후 수비가 와르르 무너진 상황은 없었지만,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 감독은 "조금 어려운 타구가 가긴 했는데, 당황한 것 같다. 경기 감각이 많지 않아 유격수보다는 3루수로 나갔다. 크게 동요하진 않는다. 어제(25일) 안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오늘 어떤 모습을 보일지 봐야겠다"며 계속해서 믿고 기용할 뜻을 밝혔다.
박준영은 26일 잠실 롯데전에도 8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이날은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텐데, 마음과 같지 않았다. 2회초 1사 1루에서 박승욱이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렸다. 중계플레이만 잘 이뤄졌다면 1사 1, 2루로 막을 수도 있었던 타구였는데, 유격수 박준영이 좌익수가 2루로 송구할지 3루로 송구할지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면서 롯데 주자들이 한 베이스 더 갈 시간을 벌어줘 1사 2, 3루가 됐다.
김태형 야구해설위원은 "박준영이 2루주자를 잡을지 3루주자를 잡을지 정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었다. 어느 쪽도 던질 생각이 없었다. 1루 주자가 2루로 간다는 생각도 안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후 선발투수 곽빈이 2회초에만 4실점한 여파로 두산은 2-7로 패해 11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박준영은 이날도 타석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3회말 첫 타석에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안치홍의 호수비에 막힌 뒤로 풀리지 않았다.
이제 박준영이 최근 2경기의 아쉬움을 어떻게 떨쳐낼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이 감독은 박준영의 실수가 나와도 경기 끝까지 뛸 기회를 주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이 감독은 "아직 어린 선수고, 한 경기 안에서 희로애락을 다 찾기는 힘들다. 안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는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라 하루는 쭉 갈 수밖에 없다. 반등할 수 있는 건 타석뿐인데 상대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지면 3타수 무안타, 4타수 무안타를 칠 수도 있다. 오늘(26일) 경기를 봐야 박준영의 성격과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 등을 알 것 같다. 오늘이 기대된다"고 했다. 기다렸던 실패를 확인한 지금, 이 감독이 어떤 판단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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