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파기 뿔난 아프리카···러·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률 반토막
러 흑해곡물협정 파기에 유감 표명
케냐 외무부 “뒤통수 쳐” 비난 쇄도
푸틴 “러 곡물 무료 제공” 달래기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만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만나 세 과시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아프리카 정상들의 저조한 참석률에 체면을 구기게 됐다.
26일(현지시간)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27∼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정상 21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열렸던 제1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정상 4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나머지 국가에서는 장관이나 고위 공무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냉전 시기 아프리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들어 영향력이 급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최근 몇년 사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서방에 대한 불만을 지렛대 삼아 영향력 확대를 꾀해왔다.
특히 지난달 말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에서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하고 이권을 챙기면서 러시아 영향력 확대의 첨병 구실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1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당시 아프리카와의 연간 교역 규모를 5년 안에 158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나 2021년 교역 규모는 177억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2950억달러), 중국(2540억달러), 미국(837억달러)의 아프리카 교역 규모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정상들의 참석이 저조한 배경으로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가 지목된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하며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곡물에 크게 의존해온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의 협정 파기에 따른 우크라이나 곡물 공급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아프리카 55개국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에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케냐 외무부는 “뒤통수를 쳤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전 아프리카 국가들에 러시아산 곡물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정상들의 참석률이 저조한 것은 서방의 간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미국, 프랑스와 다른 국가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외교 사절을 통해 절대적으로 명백하고 뻔뻔하게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와 러시아의 향후 관계를 결정할 자리가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자신이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키지 못할 경우 향후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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