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의 파괴력, 그 뒤에 숨은 사람들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이 자폐 증상이 있는 아들의 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비극의 시국에 유명세가 맞물려 호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오직 주호민 만이 문제일까.
지난 26일 한 유명 웹툰 작가가 아들의 학급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명 웹툰 작가의 자폐 증상이 있는 아들 B군이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교폭력으로 분리조치됐고, 이후 교사 A씨로부터 '분리조치됐으니 다른 친구들을 사귀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 이 과정은 B군의 엄마가 가방에 녹음기를 켜 등교시켜 포착됐는데, 검찰은 이를 A씨가 B군을 따돌리는 정황으로 보고 아동학대로 기소한 것이다.
최근 서울시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교사들의 인권 보호와 교권 추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사건 속 웹툰 작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과거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약칭 유퀴즈)'에서 첫째 아들의 자폐 진단을 고백했던 웹툰작가 주호민이 그 대상으로 지목됐고, 그가 맞았다.
주호민은 쏟아지는 해명 요구와 악플 세례 속에 이날 밤 SNS와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등에 장문의 심경글을 게재했다. 그는 먼저 첫째 아들이 지난해 9월부터 돌발행동으로 인해 특수학급으로 분리조치돼 교육을 받고 있었고, 이후 아들이 등교까지 거부하며 두려움을 표했으나 발달 장애 아동과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점을 녹음의 이유로 설명했다. 또한 아들의 돌발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으며, 녹음에는 분리조치된 뒤 만난 특수학급 교사로부터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언행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녹음된 내용을 변호사 및 경찰 등 5명의 전문가들과 상담한 끝에 명백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 고소에 이르렀다고. 이에 주호민은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기다려줄 것을 부탁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한 명예 훼손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추측성 기사에 대한 자제도 당부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네티즌과 대중이 주호민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첫 번째 이유는 교사 몰래 녹음을 진행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더불어 아들의 행동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돌발행동으로 치부하면서, 다른 학부모들의 감싸는 탄원서까지 냈음에도 특수학급 교사의 언행은 명백한 문제로 밝힌 주호민의 표현과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소위 '진상' 학부모들의 민원이 지목되던 가운데 주호민 부부의 행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표현되기에 이르렀다.
앞서 오은영 박사의 기질 육아가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국민 멘토'로 추앙받던 오 박사를 향한 때 아닌 비판이 일기도 했던 바. 그에 대한 동조 여론이 강해지며 잠잠해지던 와중에 주호민이라는 또 다른 유명인으로 비판의 화살이 옮겨간 모양새다. 다만 둘의 경우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오은영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는 아동심리 전문가로서 자신의 소견을 밝혀왔다. 이에 교권 추락의 직접적인 가해자라는 인식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주호민 부부의 경우 실제 '교사VS학부모' 관계에서 가해 사실과 피해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상황. 더욱 논쟁적인 여지가 있고 직접적인 관련 당사자로 비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직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유의 사태, 그 분노의 대상이 어떻게 주호민 부부에게만 해당할까. 전국의 교사들을 병들게 한 건, 소위 특권 의식을 가진 학부모들과 그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지 못한 체제, 교육 공무원에 대한 보호를 방임한 교육 당국에 있다. 분노는 동력은 될 수 있어도 해결책은 아니다.
이번 서초 교사 사망 사건이라는 비극이 있기 전까지, 학부모들의 민원은 결코 없던 일이 아니다. 수많은 예능,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내 새끼 밖에 모르는 캐릭터들은 숱한 풍자의 대상이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학부모들의 집단 행동이 교사들에 대한 상당한 압박으로 묘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교사들에 대한 보호의 목소리가 높지 않았던 데에는 교사는 결국 교육 공무원이며, 공무원은 소위 국민의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세금 서비스직'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내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이니 국민들의 민원, 고충처리도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것.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폭언, 폭행과 같은 부당한 실력행사도 그저 다 받아내기만 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학부모가 국민이라는 이유로 교육 공무원에게 민원을 제기한다면, 교육 공무원인 교사는 여타의 상황에서 또 다른 국민 개인이다. 오직 '교육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교사 개인 역시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라는 점이 잊혀지고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가려지던 맹점이 결국 사람이 죽고 나서야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 주호민이 첫째 아들의 재판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그가 감당해야 하는 유명세의 몫이다. 아무리 논쟁적인 사건이고 그로서는 억울한 점이 있다고 해도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현재 시국에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천만 영화의 원작자가 된 데다, 본인 스스로 유튜브나 다양한 방송에 출연한 만큼 사건 자체가 알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모든 교권 추락이나 학부모 민원의 대명사여서는 안 된다. 일부 학부모의 일탈이나 예외 사항들로 모면하다가는 또 다른 교사 인권의 사각지대만 생길 뿐이다. 오은영, 주호민으로 이어지는 소수의 대표자들 뒤에 숨은 교육 당국과 고위 관계자들이 나설 때는 언제일까. 불공정 수능, 문제 형평성 등에 빠르게 대처했던 긴밀함이 인명 피해의 비보 앞에는 유독 더뎌 안타까움을 더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tvN,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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