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조차 어려운 묻지마 범죄…대처 위해 숨겨진 사례 분석해야”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 해악’
숨겨진 묻지마 범죄, 발굴해야
[헤럴드경제=박지영‧김빛나 기자] “묻지마 범죄 분류는 쉽지 않습니다. 숨겨져 있는 묻지마 범죄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묻지마 범죄’에 법무부와 검찰도 묻지마 범죄 예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전문가들은 묻지마범죄에 대한 개념 정립과 관련 사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보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묻지마 범죄로 알려진 경우 판결문에도 관련 내용이 적시된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시스템 등에 따르면 2021년 ‘천호동 묻지마 살인사건’의 경우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는 2021년 12월 이 사건에 대해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해행위를 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경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큰 불안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 사건은 2021년 5월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서 42세 남성 정모 씨가 “1000원을 빌려달라”며 일면식도 없던 64세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이외에도 2021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 택시기사 살인사건 판결문에도 ‘묻지마 범죄’가 명시됐다.
이 같은 묻지마 범죄는 확인된 것은 일부다. ‘숨겨진’ 묻지마 범죄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묻지마 범죄는 “학계에서도 아직 이상동기‧무차별‧무동기 범죄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어떤 용어를 쓸지 합의가 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숨겨진 범죄가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묻지마 범죄에 적용할 수 있는 처벌법을 따로 만들거나, 명확한 분류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현행 분류방식으로는 범죄 내용이 일반 폭행이라면 일반 폭행으로, 성폭행이라면 성폭행으로만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결문엔 묻지마 범죄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건이 존재한다. 언론에는 '영등포 장도리 살해'로 보도된 사건이다. 2021년 8월 김모(53)씨는 새벽 3시쯤 서울 영등포시장역 길거리에 지나가던 60대 남성을 장도리로 280회 이상 때려 숨지게 했다.
묻지마 사건에 관한 논문을 쓴 안상원 광운대학교 범죄학 박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판결문에는 묻지마 범행이라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범행의 동기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묻지마 범죄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경우 살인‧강간‧절도 등과 다르게 동기가 있는 듯 하면서도 없고, 다른 범죄에 비해 발생빈도가 뜸하기 때문에 분류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묻지마 범죄에 가까운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범죄로 분류를 해왔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명 ‘묻지마 범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통계는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가 전부다.
경찰은 2022년 1월 19일 묻지마 범죄의 공식용어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명하고, 체계적인 사례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바 있다. 당시 경찰은 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내 사건 구분에 ‘이상동기 범죄’ 확인란을 신설해 사례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이 안 돼 있고, 수사관들마다 주관적으로 입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TF는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기능별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묻지마 사건을 경찰한테만 맡기기보다 범정부적인 협의체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무작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무고한 사람이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며 “고위험군 범죄자 관리를 위한 영국의 다기관 협력제도(MAPPA)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 교수는 “안전문제 범죄가 중요한 정책 우선 순위에 올라가 있지 않고, 미봉책 또는 사이코패스 검사 같은 흥미 위주로 범죄를 다루고 있는게 문제”라며 “이런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공통점을 뽑아 대응하기 위해선 복지부, 지자체 등이 참여한 범정부기관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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